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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강한 힘, 행동파

고민할 틈? 그 틈을 행동으로 바꿔보는 건 어때

by 미앞

언제나 느끼지만, 최근 여러 인풋을 통해 행동파의 힘이 얼마나 막강한가를 보고 듣고 느끼게 되었다. 행동파의 개인적 정의는 이렇다. '실패와 걱정 등의 우려가 담긴 고민의 시간보다 우선 시도해서 그 과정을 즐기는 사람'. 즉, 행동파는 말 그대로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사람을 의미한다. 행동파와 나와의 관계는 친하다고 생각한다. 내 기질이 행동파에 가깝기 때문에.


취준생활을 하면서 나를 대변하는 키워드를 선정하려고 나를 중심으로 여러 단어를 적어보았다. 가운데 나의 이름을 커다랗게 쓰고 주위에 나랑 친한 것들을 끄적이며 가장 대표적인 단어를 찾았다. 포트폴리오나 면접 등에서 나를 한 문장으로 처음 소개하는 그 중요한 메시지를 전할 때 필요한 키워드 말이다. 그것이 행동파였다.


주도적이고 능동적인 사람이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일꾼 같은 이미지가 비치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꽤나 자주 언급했던 키워드였더랬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신입의 당찬 모습은 상사로부터 고객사로부터 사람들로부터 와장창 깨지기를 반복했고, 어느덧 이직도 하여 새로운 직장에서 스멀스멀 행동파의 기질을 보이면서 팀원들에게 인정을 받게 되었다. 사회생활을 견뎌내는 행동파가 된 거 같다. 이직 덕분에 그래도 기질에 맞게 인간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은 감사함이 밀려온다. 다만,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실패를 두려워하는 것보다 인정을 못 받으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떠올라 그 점이 걱정이 된다. 물론 인정 못 받는 것도 실패의 일부이긴 한데, 스스로 정한 기준의 실패라기보다는 타인들의 시선과 인정에 따른 실패에 더 영향을 받는 상태가 된 거 같다. 눈치 보는 생존형 행동파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요즘이었다.


소극적인 행동파가 된 나에게, 자신감과 동기부여를 준 인풋들이 있다.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하며 겁먹지 말고 당당한 행동파로 스위치 ON 하라는 듯한 계시인가 싶다.


유병욱 CD이자 카피라이터이자 작가의 책 <생각의 기쁨>을 읽으며 마주한 행동의 중요성. 책에서 작가는 멘토링을 통해 만난 학생들에게 각자의 인생 문장을 소개하도록 했다. 그중 그에게 인상 깊게 남은 명언이 있었는데. 바로 스피노자의 문장 "나는 깊게 파기 위해 넓게 파기 시작했다"이다. 이 메시지와 함께 유병욱 작가 본인의 경험을 기반으로 "행동"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냥 행동이라고 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시도들을 의미했다. 단순하게 가짓수를 늘리는 경험이 아닌 폭포의 낙차처럼 자신에게 어려운 벽을 허물어가며 경험할 수 있는 새로운 것을 행동할 수 있도록 권유한다. 폭포의 낙차를 이야기 한 이유는 낙차를 통한 틈에서, 즉 내가 해보지 못한 경험을 하는 그 과정 속에서의 경험이 진짜 핵심이라는 것이다. 새로운 행위를 하는 그 자체뿐만 아니라 그때의 감정, 분위기, 환경과 관계 등을 통해 경험을 쌓아 넓게 파는 사람이 되라는 것이다. 다양한 경험을 하라는 의미, 곧 나만의 깊이를 찾기 위해 넓게 펼쳐 나아가도록 하는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SNS에서 발견한 또 하나의 문장. 배우 유해진의 인터뷰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가 말하는 것도 앞서 읽은 책에서 말하는 행동파와 일맥상통하는 내용이었는데 "... 생각만큼 무거운 게 없어요."라는 문장이 뇌리에 박혔다. 이어서 "뭐든지 해본 사람은 압니다. 하기 전에는 그렇게 힘들고 어렵던 게 막상 하고 나면 별 거 아니고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 없다는 걸요." 다양한 경험이 중요한 것에 이어서 생각에서 벗어나 행동으로 하는 것이 얼마나 큰 배움인지를 알려주는 글이었다.


동시에 나에게 또 다른 영감을 준 행동파가 있다. 그 행동파는 '과연 될까? 이게 될까?' 싶은 하향하는 분위기의 사업분야에서 독창성을 가지고 브랜드를 이끌고 간, 이제는 1주년을 맞이한 그런 자극제와 같은 존재이다. 또 다른 행동파의 결실을 지켜보게 된 것이다. 평소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던 독립영화관이 있다. 이름은 "무비랜드". 관심의 대상을 정확히 말하면 그 영화관을 만든 "모베러웍스"라는 회사이다. 단순히 회사라기보다는 모베러웍스를 "브랜드"라고 말하는데, 브랜딩을 하고 싶었던 지난날의 나 스스로부터 이어진 영향으로 항상 호기심과 기대감을 가지며 지켜보고 있던 브랜드이다.


모베러웍스를 먼저 설명하면, Mo Better Works 더 나은 방식으로 일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메시지가 담긴 제품을 판매하는 브랜드이다. 유튜브를 통한 기록이 시초였다. 모베러웍스의 대장, 모춘의 퇴사부터 일에 대한 고민, 브랜드를 만드는 모든 과정, 정말 말 그대로 0부터 시작하는, 맨 땅의 헤딩하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그 여정 속에서 견고하게 팬층을 만들어 모은다. 형체가 뚜렷하진 하지만 영혼이 존재하는 그런 브랜딩이라고 할까. 나는 그렇게 느꼈다. 모든 행위의 중심이 모베러웍스가 전하는 메시지인 Mo Better Works이고, 그 메시지에서 파생되는 무궁무진한 아이디어와 아이템을 통해 사업으로서 가치를 높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흔하게 일할 때 통용되는 약어인 ASAP라는 의미를 'As Slow As Possible'이라고 하지를 않나. 'Small Work Big Money'라는 모든 직장인의 마음속 외침을 대변해주기도 하는 재미있는 메시지를 만들어 일하는 사람이라는 공감할 수 있는 무언가를 지속해서 공유했다. 시작부터 심상치 않게 솔직하고 위트 있고 진심 어린 브랜딩의 과정을 녹여낸 브랜드가 모베러웍스이다. 그런 브랜드에서 만든 영화관이 "무비랜드"이다. 성수에 위치한 영화관은 단순히 독립영화관이라는 의미만 담고 있지 않다. 매월 다채로운 분야의 큐레이터와 협업하면서 큐레이터가 선정한 영화를 상영한다. 여기서 다채로운 분야의 큐레이터는 말 그대로 여러 방면에서 주류이거나 비주류이거나 한 사람들이랑 협업한다. 디자이너, 건축가, 배우, 란제리회사 등 1인 혹은 다수, 혹은 브랜드 자체와 콜라보레이션을 꾸린다. 그리고 특정 주제를 선정하게 되는데 그건 큐레이터를 대표하는 키워드이거나 분야이거나, 관심사이거나 인생영화이거나이다. 역시나 다채롭다. 그렇게 선정된 영화는 매월 모베러웍스의 기록 채널, MoTV 유튜브 채널 "무비랜드 라디오"에서 팟캐스트 형식으로 큐레이션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모베러웍스와 무비랜드 설명이 길어졌지만, 그만큼 애정이 가는 브랜드라서 그런지 그들의 행보는 항상 기대감과 설렘을 야기했고, 행동파적인 그들의 행동의 결실이 '무비랜드 1주년'이라는 기념을 토해냈다는 것에서 신선한(새삼스레) 충격을 받았다. 1주년을 기념해, 동시에 무비랜드에서 거의 매 월 영화관을 방문한 마스터즈인 내가 받은 배지. 무비랜드의 상징과 영화, 1주년을 기념한 디자인이 담긴 배지를 받으며 또 한 번 자극을 받게 된 것이다. 1년이라는 시간 동안 무비랜드는 수많은 사람들과 협업을 통해 기록을 남기고, 작품을 남기며 브랜드로서 성장을 멈추지 않았고 영역을 넓히며 그 깊이를 더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누군가는 의심하며 영화산업에 뛰어든 모베러웍스를 우려의 심정으로만 바라봤을 수도 있다. 나 또한 약간의 의심으로 과연 지속해서 운영을 이어갈 수 있을까 싶은 괜한 걱정을 할 때도 있었다. 모베러웍스에게 그 부담감이 어떻겠는가 싶었던 우려와 동시에 어차피 잘 될 거라는 근본 없는 자신감과 신뢰가 있었다. 마치 내가 함께 그 길을 걸어온 거 같은 뿌듯함이 들었다고 할까. 그리고 1년간 일궈온 그들의 기록들을 보면서 나의 아카이브가 떠올랐다.


자취를 시작하며 내 공간에서 나의 것들을 모아 정리하면서, 아카이브를 하고 싶었다. 대단한 걸 멋지게 모아 두기보다는 그냥 그동안 다녀온 전시와 영화 티켓, 여행하며 챙겨 둔 아기자기한 것들, 엽서와 스티커 등등 다양한 영역에서 나라는 존재가 얼마나 손길을 펼치며 경험했는지 쌓아두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그동안의 것들을 노트 한 장 한 장 붙이고 짧은 소감문을 남기며 무작위 순으로 모았다. 무계획적인 기록들이 그만의 매력을 표현하고 있어서 겉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재밌고, 절대 닫히지 않는 노트 속을 힐끔 쳐다보면 그때의 순간이 영화의 장면처럼 스쳐가 추억에 빠지기도 한다. 내 생각, 감정과 하루의 일과가 글로 적힌 일기장이 아닌 눈길을 끄는 비주얼로 차곡차곡 쌓인 일기이기에 더욱 흥미로운 듯하다. 그렇게 나도 경험을 쌓는 행동을 하며 수많은 인풋을 모으고 있었고, 나만의 결실을 맺어가고 있었다. 만약 내가 계획이라는 것을 꼼꼼하게 하며 아카이브에 몰두했다면 과연 지금과 같은 매력적인 책 한 권이 완성되어가고 있었을까 싶은 의문이 든다. 행동파적인 행동을 했기에, 일단 해보자라는 생각이 몸을 움직여줬기 때문에 나도 나름의 깊이를 만들어갈 수 있었던 것일 거다.


막강한 힘, 행동파라는 걸 보고 듣고 직접 경험해 보며 글을 쓰게 되었다. 의심이 생기더라도 경험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갖지 말자는 생각을 다시금 되새기며. 언젠가 또 '행동파'라는 주제로 글을 남길 때 지금보다 더 차곡차곡 쌓아간 기록이 나의 깊이를 만들고 넓게 펼쳐졌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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