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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단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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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랑 Nov 07. 2019

단편_괴물

엑셀레이터를 밟고 있는 오른쪽 다리, 허벅지 아래를 무언가 찌르는 것 같다. 인조가죽 시트 밑에서부터 송곳이 뚫고 올라와서 다리를 살살 찌르는 느낌인데. 가시방석이라는 단어가 이런 뜻인가? 쥐가 난 후 피가 돌아오는 찌릿찌릿한 다리에 모기가 빨대를 꽂은 느낌이군.


세상에 옳고 그른 건 없어. 행동에 따른 결과만 있을 뿐이지. 그 개새끼는 자기가 한 짓에 대해서 대가를 치르는 거야. 따지고 보면 자비를 베푼 거다. 생각 같았으면 14층 창밖으로 던지고 싶었으니까. 망할 놈의 개새끼. 단비를 그렇게 괴롭히더니 물어서 피까지 내? 동물농장에는 고양이랑 개 랑 친하게 지내고 붙어다니는거 많이 나오더만 죄다 사기였어. 시골바닥에서 살아남든 남의 집에 얹혀살든 굶어 죽든 난 모르겠다. 보신탕집에 팔아먹지 않은 게 다행이지. 


유라는 지가 키우던 개를 왜 나한테 버리고 튄 거야? 헤어진 다음 날 자기물건은 싹 다 긁어가 놓고 개새끼는 왜 두고 가서 이런 사태를 만든 거냐고. 처음부터 단비 다른 동물이랑 같이 지내기 힘들다고 개 데리고 오면 안된다고 내가 몇 십 번을 얘기했는지 모르겠다. 책임감도 없으면서 동물은 왜 키운다고 그랬는지 모르겠다. 신문기사에 흔히 나오는, 키우다가 질려서 버리는, 그런 몰상식한 사람이 요즘에도 있는 줄도 몰랐고 그런 인간이랑 사귀었다는 게 어이가 없다 못해 웃긴다 웃겨. 어디 있는 지만 알면 지구 끝까지 라도 쫓아가서 망할 개새끼를 면상에 던져주고 왔을 텐데. 


멍청한 개새끼는 꼴에 지 주인 없어졌다고 몇 날 몇일을 울어 제끼느라 내가 뒤지는 줄 알았다. 나는 맨날 뼈빠지게 일하는데 어디서 편하게 꿀이나 빠는 기생충같은 것들은 이런 때만 사람을 쥐잡듯이 닦달하지. 경비원은 나이나 쳐 먹고 맨날 근무시간에 노닥거리다가 택배 온 것들 빨리 찾아가지 않는다고 떽떽거리기나 하고 입주자대표라는 건 내가 아파트 산 지 3년 동안 그런 사람 있는 줄도 몰랐다. 개가 좀 짖을 수도 있지 그거 가지고 사람이 일도 못하게 전화해서 욕을 바가지로 해?  


정말로 뭐가 다리 밑에서 찌르고 있는 건가? 손에 만져지는 것도 없잖아. 도대체 이게 무슨 느낌인지 모르겠네. 아 짜증나. 휴게소에서 자고 갈까? 아니야. 집에 빨리 들어가기 전까지는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 단비도 빨리 가서 봐줘야 되는데. 내가 왜 이 한밤중에 이 개고생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개새끼 그냥 버리고 오는 게 아니라 어디 호수에 던질 걸 그랬어. 한강 다리 한가운데나 팔당댐 같은데 있잖아. 깊어서 절대로 나올 수 없는 그런 데. 


아 이제 내가 점점 미쳐가나 보다. 도저히 안되겠어. 이번 휴게소 들어가서 커피라도 부어야지. 무슨 휴게소가 17km나 남았어? 더 밟아야겠네. 1차로에서 정속주행하는 미친놈은 누구야? 옆에 화물차때문에 길을 다 쳐막았네. 아주 고속도로를 전세를 냈구만. 


[단신] 경기도 8월 3째주 관내 사건/사고 

17일 오전 3시 20분경 이천시 중부고속도로 호법분기점 근처에서 A씨(36)가 몰던 투싼 차량이 앞서가던 SM3 차량 추돌. 투싼 운전자 A씨(36) 사망, SM3 차량 운전자 B씨(41) 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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