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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랑 Nov 09. 2019

#3_할머니 손

아주 어렸을 때부터 신촌에 있는 연세대학교 세브란스 병원을 다녔다. 


인터넷도 없는 시절, 그저 우리나라에서 제일 아토피 잘 보는 박사가 있다는 소리에 끌려간 듯하다.


손바닥만한 거대한 용기에 담긴 스테로이드 연고, 빤한 히스타민제, 같잖은 항생제나 처방받았는데 뭐가 대단한 교수고 박사인지 아직도 모르겠다. 


전국의 아토피 환자가 모이는 그곳은 언제나 북새통이었다. 


진료를 보는 클리닉 안까지 사람들이 들어찼고 정보가 귀한 시절인 만큼 다른 이들의 진료를 나의 가족의 것처럼 보고 듣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소름끼칠 정도로 말도 안되는 일이지만.


내 차례가 되었고 일흔은 한참 지났을 것 같은 교수가 상처가 난 나의 손, 너무 혹사당해서 벌써 주름이 생긴 손을 앞뒤로 보며 말했다. 


'이런 손을 보고 할머니 손이라고 하지' 


진료실 안에 빼곡히 들어찬 사람들이 모두 웃었다.


아직도 그 의사 이름이 기억난다.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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