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월랑 Jul 21. 2021

#33_시선

길거리에서 누군가 나를 쳐다본다. 물끄러미 응시하는 것이 닳을 듯하다. 나는 다른 곳을 보고 있지만 이미 처음부터 느끼고 있다. 안쓰럽다는 표정을 짓는다. 제발 다가오지 마.. 말은 더더욱 걸지마.. 뭐가 좋다더라 이상한 소리는 더더욱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윽고 자리를 벗어난다. 그 사람은 사라졌다. 다행이다.


버스를 탄다. 교통카드를 찍으려 내미는 손이 흉스럽다. 급하게 버스에 오르는 어느 다른 이의 손과 교차한다. 그 사람이 먼저 찍고 들어간다. 1초도 되지 않은 찰나지만 나는 보았다. 흠칫 놀라는 낯빛, 그리고 그보다 더 짧은 시간 동안 비친 혐오스러운 표정.


보여주기 싫다. 

상처와 흉터로 뒤덮인 손도, 오랜 시간 혹사당해서 주름진 목도, 화상을 입은 듯 얼룩진 팔 안쪽, 다리 안쪽도, 상처가 햇빛에 받아 생긴 옅은 점들도 다 보여주기 싫다. 






매거진의 이전글 #32_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