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n년 후 임용을 한 번에 붙어버렸다
잠시 제 자랑을 하겠습니다
나는 임용 초수 합격자다.
4학년 때는 임용 시험도 보지 않고 졸업해 다른 일을 하다 한참 지나서 본 첫 시험에서 합격했다.
임용을 준비하는 대학생은 동기, 선배, 교수님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신분이기도 하다. 같이 스터디를 하든 공부자료를 얻든 모르는 것을 물어보든 1년에 한 번 있는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을 누군가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위안이 된다. 하지만 나는 주변에 손을 뻗을 수 없어 합격 수기, 강의, 스터디, 첨삭 모두 인터넷을 통해 알아보고 구했다.
핸드폰은 최종합격 때까지 정지되어 있었고 아침마다 집에 두고 나갔다. 대화상대는 엄마뿐이었으며 바깥생활이래봤자 한 달에 한 두번 엄마와 외식을 하는 정도였다. 쓰고 보니 내 일상이 참 팍팍해보이는데 사실 꽤 평화로웠다. 대학 졸업 후 사회생활을 하며 일과 사람에 지쳐있다가 하루종일 공부만 하면 되는 아주 심플한 일상으로 변화한 것이다.
7시 기상 및 전화스터디
8시 아침식사, 도시락 싸기
9시 도서관 출발(도보 10분)
9시반 공부 시작
12시 점심식사, 산책
1시 공부
6시반 귀가
7시 저녁
8시 운동
10시 공부
12시 취침
날마다 약간의 변동은 있었지만 거의 이러한 루틴이었다. 주말에도 할 일이 없어서, 만날 사람이 없어서 공부를 했고 스터디도 모두 온라인으로 하다보니 누군가와 의미 있는 대화를 하는 날이 거의 없었다.
그래도 한 달, 일 년의 공부 계획을 하루하루 쌓아가는 것이 나름 재밌었다. 1차 시험을 본 후에는 '내년에 합격한다는 보장만 있으면 1년 더 공부해도 좋겠다'라는 생각도 들었고 직장인으로서의 스트레스를 다시 마주할 생각을 하면 그냥 맘 편하게 공부만 하고 싶어졌다. 2차 시험까지 본 후, 결과를 기다렸다.
최종합격을 축하드립니다.
마치 인생의 제 n막이 시작된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