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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속으로만 Apr 10. 2021

70대 인싸에게 배우는 퍼스널 브랜딩

윤여정과 밀라논나의 공통점


요즘 윤여정이 난리다. 미나리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르면서 그의 영어, 유머, 옷차림, 집까지 언론에 그리 많이 등장하지 않았던 그의 모든 것이 재조명되고 있다.


20대에 잘 나갔던 여배우였던 그가 이혼 후 두 아이를 데리고 귀국한 후 생계를 위해 연기를 했고, 당시 사회가 이혼한 여배우를 어떻게 대접했는지를 다루고 있는 유튜브 컨텐츠가 즐비할 정도다.


나도 어린 시절 김수현 드라마에 자주 나오는 그의 음성과 외모를 탐탁치 않게 여기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어렴풋하다.  


하지만 그가 말했듯 "집수리 할 돈을 마련하려고" 여러 드라마에 조연으로 출연했던 그의 4, 50대 모습을 알 리도 없고 알 필요도 없는 Z세대들은 지금 그의 거침없지만 센스있는 입담, 외국인들 취향까지 완벽하게 맞추는 영어로 하는 농담, 무엇보다 말 끝마다 "나 늙은이야" 하면서도 후배들에게 대접받으려 하는 것 같지 않고 허물없이 대화하고 편하게 타박을 주고 받는 모습을 재밌어 하고 호감을 갖는다.


밀라논나는 구독자 80만명의 유튜버다. 페라가모 등 이태리 명품 브랜드를 국내에 처음 소개한 패션 전문가로 옷 잘 입는 법 등 가벼운 패션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해서, '가난한 남자와 결혼해도 되나요?'와 같은 구독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상담성 컨텐츠까지 다양하게 전개 중이다.


밀라논나의 매력은 패션계에 오래 종사한 만큼 넘사벽 세련됨에 상반되는 푸근한 말투, 그리고 검소함이다. 친손자는 없다고 하는데, 자신을 말할 때 마다 매번 '내가' 대신에 '할머니가' 라고 한다. 오랜 사회 생활의 영향이겠지만 전반적으로 말하는 스타일은 상당히 정돈되어 있는 반면, 외모에서 풍기는 것 처럼 차갑지 않고 다정하다.


옷 좋아하는 고수 패셔니스타들 중에 종종 그런 예를 보아 왔는데 그는 옷을 많이 사지 않는다. 옷장 공개 영상에서 명품 브랜드들이 많이 거론되기는 했지만 그 때 마다 '아울렛에서, 세일 할 때 싸게 샀다', '30년 된 옷이다' 같은 멘트들이 반복됐다. 아버지의 셔츠를 풀 매겨가며 80년을 지녔다는 이야기, 옷을 안 사기 위해 체중을 유지한다는 이야기는 그의 정체성을 잘 설명한다.


동물은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고 했던가. 어릴 땐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던 이 말이 이젠 거의 들리지 않는 것도 다 이유가 있겠지만 틀린 말은 아닐 터. 명함에서 회사 이름과 직함 등을 모두 지운 후 남는 건 결국 내 이름 석자라는 회사 선배의 말을 다시금 떠올린다.


지금까지 월급쟁이로 살아온 날 보다 남은 날이 적고, 단 1년 후도 자신할 수 없다는 자각을 하게 된 이후로 계속 하고 있는 고민 역시, 혈혈단신으로 세상에 던져졌을 때 같이 사라져버릴 나 혼자의 경쟁력을 어떻게, 무엇을 하면 갖출 수 있는가 이고, 이것이 곧 나 자신의 브랜딩, 즉 퍼스널 브랜딩에 대한 고민인데, 두 명의 70대 셀럽이 나에게 좋은 본보기이다.


굳이 퍼스널 브랜딩이라는 꼬리표를 붙이지 않더라도 삶을 영위하는 전반적인 태도 차원에서, 젊은 시절의 유명세와는 또 다른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이 두 70대를 보며 나의 70대도 저들 같았으면 한다고 야무진 꿈을 가져본다.


대중적인 인기 보다는 젊어서 자기 분야에서 치열하게 살아온 경험을 후배들에게 적절하게 공유함으로써 뒷방 꼰대가 아닌 인생 선배로서 도움을 주는 그런 70대가 내게 허락되기를 희망한다. 70대에 그럴 수 있으려면 현역일 때 산전수전공중전을 다 겪어야 하니 지금의 고난과 역경을 피하지 않고 또 지치지 않고 버텨내는 힘도 주시기를 바란다.


비로소 현역에서 물러났을 때에는, 이젠 더 이상 치열할 수 없는 삶 속에서 노년의 시간이 마치 덤으로 주어지기라도 한 듯 바라만 보지 않고, 그 때에 할 수 있는 의미있는 일을 찾아서 내 시간의 주체가 되어 살아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아마도 우리의 70대는 지금의 70대 보다 훨씬 쌩쌩하고 할 수 있는 일도 많을 것이라고 믿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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