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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속으로만 Feb 19. 2022

내게 안목이란

안목이 좋다는 건 무슨 뜻일까?


시대의 멋쟁이들은

누구보다 먼저 잇템을 알아볼 뿐만 아니라,

그들이 열광하는 아이템을

범인들은 도통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평범해 보였던 물건을 기똥차게 연출해서

완전 딴판으로 만드는 멋쟁이들의 능력을

우리는 숱하게 봐 왔다.


안목이 있는 사람은

브랜드에 우선 순위를 두기 보다는

아이템 자체의 가치를 중요시한다.


브랜드를 사랑하지만,

동시에 브랜드에 연연하지 않기에

빈티지샵 같은 곳에서도 보물을 잘도 찾는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스캔하면

견적 딱 나오는 사람 말고,

스캔하다 말고

'저건 대체 어디 물건이야?' 하며

멈칫하게 되는 사람이 진짜다.


얼마전 김나영이 입은 스트라이프 럭비티를 보고 폭풍 검색하다보니 결론은 빈티지였다.

 

느닷없는 럭비티 앓이를 하게 만들었던 김나영


500장 넘는 LP 수납장을 찾다찾다

결국 LP장으로는 그만한 게 없다 판단으로

USM을 들일 때도 가장 큰 고민은

'너무 뻔히 보인다'는 거였다.


동생 시어머니가 쓰던 식탁을 페인팅하고,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골동 서안과

이제는 단종된 세덱 소파를

이고 지고 이사다니는 이유도

다 알만한 요즘 가구들로만 채우는 건

너무 뻔해서다.


어머니가 쓰시던 두꺼운 파이렉스 믹싱볼에

계란을 척척 깨 넣을 때,

일본 빈티지샵에서 산 유리볼에

요거트를 담아 먹을 때마다

나도 모르게 생기는 뿌듯함과 우쭐함은

쉽사리 포기가 안 되는 그 무엇이 되어 버렸다.


여전히 브랜드의 아우라에 현혹되지만,

그 강력하고 거대한 흐름 속에서도 역행하듯

내 입맛을 찾아내고야 마는

그런 고집이야 말로

내가 인정하고 싶은 안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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