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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속으로만 Mar 17. 2022

평범함의 특별함

AND 조건의 힘


영국의 수학자 피터 배커스가 3년 동안 싱글로 지내다 급기야 'Why I don’t have a girlfriend'

라는 제목으로 여자 친구를 만날 확률을 계산한 연구는 꽤 유명하다.


1) 그가 사는 런던 근처에 사는 여성의 수 400만명

2) 그가 원하는 연령대에 속할 것 같은 여성은 20%, 즉 80만명

3) 대학 학위를 딴 여성은 26%, 즉 10만4천명

4) 그가 매력적으로 느낄 것 같은 여성은 5%, 즉 5,200명

5) 그를 매력적으로 느낄 것 같은 여성은 5%, 즉 260명

6) 그와 잘 지낼 것 같은 여성은 10%, 즉 26명


400만명 Pool이 26명(0.00065%)으로 줄어드는 극적인 예를 보고 나면, 우리가 입버릇처럼 말하는 평범이 얼마나 어려운 건지 알게 된다.


이걸 거꾸로 생각하면 우리가 흔히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조각들을 AND 조건으로 조합했을 때 특별한 것이 될 수 있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나라는 사람을 생각해 봐도, 짧은 타이틀로는 '회사 다니다 창업한 40대 아줌마' 정도로 설명되지만, 조금만 자세히 적어 놓으면 도저한 고유성이 발현된다.


'월급쟁이 25년 했고, 그릇을 팔고, 글을 쓰고, 엄마이며, 아내다'


기본 스펙 정도만 적어 봐도 이런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다.


그림 유튜버 이연이 그림을 그릴 줄 알고, 그림 그리는 법을 가르쳐 주고, 조근조근한 목소리로 나레이션을 하고, 영상을 찍고 편집하는 이 모든 것을 동시에 했기에 성공한 것 처럼, 따로따로는 어중간한 것들이 한 데 모이면 특별한 것이 될 수 있다.


어중간하고 애매해서, 그 모든 어정쩡함을 모으기 위해 나는 생뚱맞게 그릇도 팔고 글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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