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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속으로만 Mar 18. 2022

내 퇴사의 이유

다른 누구도 아닌 나만의


원래 계획은 부업 수입이 본업을 뛰어넘거나, 적어도 시간이 지나면 뛰어넘을 것이 확실해질 때 까지는 다니는 거였다.


다시 말하면, 부업 소득이 아직 매우 적은데도 불구하고 퇴사했다는 말이다.


회사가 싫고, 부질없고, 그 안의 사람들 얼굴도 쳐다보기 싫었던 시기는 이미 한참 지나 있었다.


즉, 회사가 지겹고 사람이 싫어서 떠난 것도 아니란 얘기다.


내게 어려웠던 건 다름아닌 '양다리' 였다.


본업을 할 땐, '내 사업 빨리 키워야 하는데' 라는 마음에 조급해지고, 부업을 하고 있을 땐, '본업도 제대로 못하면서 이래도 되나' 자책하며, 말 그대로 이도저도 아닌 상황이 되고 말았다.


부업은 퇴근 후와 주말을 이용한다고는 하지만, 그게 마음처럼 그렇게 칼같이 구분되지 않았다.


재택근무 덕분에 주문 처리는 더 빠르게 할 수 있었지만, 택배 포장하다 업무 시작 시간이 늦는 경우도 있었고, 보고서  부업을 해야 할 야간과 주말을 본업이 침범하기도 했다.


지난 1년간은 본업이 벅차 내 사업은 거의 손을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양다리를 걸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양심 감각은 괜시리 예민해졌다.

 

본업에서도 성과내고 내 사업도 성장시키는 건 내겐 과욕임을 확인하는 하루하루였다.


공식적인 퇴사 사유는 '내 사업을 열심히 하려고' 라고 순화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솔직한 이유는 '투잡을 못하겠어서' 였고, 투잡 중 내가 선택한 건 부업이었다.


결국 내 퇴사 기준은 돈이 아니라 더 하고 싶은 거였다. 유체이탈 해서 객관적으로 바라볼 때, 이 나이에도 이러고 있는 건 진짜 솔직히 제정신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독히도 철이 없다.


그렇게 나는 25년 만에 회사원 딱지를 떼었다.


확실한 것도 없는데 덜컥 그만둔 건 확실히 무모하고 어리석은 결정이다.

 

그래도 이젠 떳떳하게 내 사업에 집중할 수 있어서 홀가분하다. 무엇보다 나 스스로 원하고 계획한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설렌다. 주어진 일이 편했던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게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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