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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속으로만 Mar 19. 2022

겸손함에 대하여(1)

때론 무관심의 결과일 수도 있는


겸양이라고도 한다. 자기를 낮추는 태도. 이런 태도는 분명 선(善)이다. 그런데 겉으로는 겸손같아 보여도 사실은 겸손이라기 보단 상대방에게 무관심해서 그런 경우도 있다.


학창시절을 떠올려 본다. 나보다 성적 좋은 친구에게 모르는 걸 물어봤을 때, 대부분의 반응은 "나도 잘 몰라" 였다. 질문을 들어주고 자기가 아는 걸 알려주는 친구는 거의 없었다.


요즘 주식, 부동산으로 자산을 성공적으로 증식한 사람들 중에 자기 경험을 유튜브, 강의, 책 등으로 공유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사람들을 향해 "진짜 돈 되는 거면 자기만 알고 자기가 다 갖겠지, 미쳤다고 그 노하우를 다 공개하냐, 사기다"라는 머저리들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심지어 무료로 자기 경험을 다 푼다.


전자가 정말 몰라서 못 가르쳐 줬을 확률은 크지 않다. 왜냐하면, 내가 뭘 물어볼 지 아직 말도 꺼내기 전에 모른다고 했기 때문이다. 좀더 냉정하게 말하면, 내가 뭘 모르는지 관심도 없고, 내가 모르는 걸 가르쳐 줄 마음은 더더욱 없다는 뜻이다. '나도 잘 모른다'고 말한 진짜 의도가 실제로 완벽하게 모르고, 괜히 틀린 정보를 주면 안 되기 때문이었고 상대방에 대한 무관심은 아니었을지라도, 몰라서 힘들고 알고 싶어서 물어본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한 건 적어도 분명하다.


반면 후자는 본인의 정보가 틀릴 수 있고 사기꾼이라고 욕을 먹을지언정, 자기가 정보를 갈구하고 누군가 이끌어주면 좋겠다고 바라던 때를 기억하면서 강의를 하고 유튜브를 찍는다. 물론 그들은 이걸로 돈도 번다.


리사손의 임포스터(Imposter)는 진짜 겸손은 내가 어떻게 성공했는지를 분석하고 나의 도움이 필요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겸손한답시고 나도 잘 모른다고 하거나, 내 성공은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고만 하면 다른 사람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여지가 1도 없어지지만, 내 과정에는 어떤 일들이 있었고, 내가 어떤 노력을 했는지를 공유하면, 똑같은 상황은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최소한 참고할 수는 있으니 말이다.


공부를 아주 잘 하는 친구들 중에 간혹 시험 당일 아침에 와서 공부 안 했다며 한 걱정을 하거나 심지어 울음을 터뜨리는 애들이 있었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종들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얘들은 진심 자기가 잘 모르고 잘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 때문에 그랬을 수도 있겠다고 이해하게 되었다.


회사나 학교에서, '나도 잘 모르지만 어디 한번 볼까?' 라고 함께 고민해 준 몇 안 되는 사람들이 새삼 대단해 보인다.


'내가 뭐라고 남들에게 내 경험을 공유하나', '너무 자랑쟁이로 보이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을 앞세우지 않고 내가 가진 작은 것이라도 아낌없이 나누고 그렇게 함으로써 함께 성장하려는 쪽이 훨씬 겸손한 자세라고 생각하니, 보잘 것 없는 내 경험을 공유해 보려는 내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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