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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속으로만 Nov 13. 2021

아마존과 신사임당의 공통점

그들이 사업을 지속하는 방법


"여러분 적자 회사 분위기 알아요? 안 다녀본 사람은 모릅니다"


이전 사장이 공식 석상에서 심심찮게 했던 말이다.


업계에서 드물게 흑자를 유지하고 있어서 그 어려운 걸 해낸다는 자부심도 있는 반면, 투자에 보수적인 회사 분위기를 답답해 하는 내부자들이 던지는 질문에 하는 답의 서론이었다.


맞다. 다 됐고, 무조건 돈을 벌어야 회사다. 적자로 월급 조차 위태로운 회사에 다니면서 월급 안 나온다는 소문이 돌기 무섭게 때려 치운 사람으로서 금과옥조로 받드는 이념이다.


그럼에도, 기존 사업으로 버는 돈 안에서 써야 하는 생활이 지속되다 보니, 계획된 거라고는 하지만 적자를 내면서도 자신만만한 회사들이 부러워지고, 우리도 아마존처럼 본업 외에 돈 나올 구멍을 어디 따로 제대로 만들어 놨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부질없는 생각도 든다.  


2010년대 초반 이미 AWS의 Revenue는 훌륭했지만, 훗날 아마존에게 이 사업이 어떤 의미가 될 지 예측했던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제프 베조스 조차 AWS에 대해 낙관적이긴 했어도 이 정도로 성장할 거라고 기대하지는 않았다고 했으니.


하지만 아마존이 애초에 AWS를 Cash Cow로 찍었든 아니든, 아마존이 리테일 비지니스에서 쓸 돈을 벌어다 주는 건 AWS이고 이제는 모두 아는 사실이 됐다. Core가 아니라 Trend에 투자했기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0년대 순수 플랫폼들은 아직 돈을 많이 못 벌고 있을 때, 상품이 판매되면 그 수수료를 받는 비지니스 모델을 영위하는 회사에 다녀서 다행이라고 생각할 때가 있었다. 아직 경쟁이 없어 돈이 잘 벌릴 때라 별도의 Cash Cow에 대한 필요성도 못 느꼈고, 직원인 내게도 아직 신선했던 BM의 우월성에 도취됐던 순진한 시절이었다. 대놓고 우리 회사는 Core를 도와주는 사업으로만 확장하는 전략을 쓴다고 자랑스럽게  PR하기도 했던 시절.


지금은 개인의 삶에서 뿐만 아니라, 사업에서도 하고 싶은 걸 하려면 든든한 돈줄이 따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본업으로 충분히 벌어서 먹고 살고 재투자도 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지만, 태생적으로 수익성에 한계가 있는 사업의 경우 옆에서 본업을 버티게 해 주는 조력 비지니스는 숙명이다.


아마존이 일부러 코어 비지니스를 등한시 한 게 아니라, 씨앗을 여럿 뿌려 놓고 소위 트라이얼 앤 에러를 짧은 호흡으로 신속하게 거치며 될 성 부른 비지니스만 잘 솎아낸 결과임을 모르는 바 아니기에(아마존 대시, 에코 룩 등 역사 속으로 스러져 간 수많은 서비스들을 기억한다면), 투자의 기준을 코어와의 연관성 보다는 미래에 둔 선구안에 뒤늦게나마 소심한 지지를 보낸다.


같은 맥락에서 유튜버 신사임당이 유튜브 프로듀싱과 쇼핑몰 비지니스를 하면서 부동산 투자로 담보를 키우는  너무 잘 하는 짓 같다. 신사임당의 유튜브도, 쇼핑몰도 적자 사업은 아니겠지만, 스몰 비지니스의 한계를 다주택으로 넘는 전략을 택한 건 충분히 스마트하다. 아마존의 AWS가 신사임당에겐 부동산인 셈이다.


잘 해 보고 싶고, 이걸 할 수 있다면 뭐든 하겠다는 생각이 변치 않는 사업 아이템이 내게도 생겼지만 솔직히 누가 봐도 멀티플을 좋게 받기는 어렵다. 아직 제대로 시작도 안 해 봤으니 본업에 충실한 후에 해도 좋을 고민일지라도 미리 고민한다. 과연 어떤 놈이 내게 AWS, 부동산 같은 존재가 되어 줄지. 잘난 VC에게 투자 받을 일 없는 쩌리 사업가로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지속 가능하게 하기 위한 공부는 계속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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