션 베이커
플로리다에 있는 디즈니월드에 놀러간다면 그곳 어딘가에 무니(천재적인 아역배우 브루클린 프린스 역)가 유령처럼 속삭이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완벽하게 하늘을 둘러친 아름다운 무지개를 보더라도 한쪽 끝을 붙잡고 늘어지는 귀신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어렵사리 잎을 피우는 쓰러진 고목을 본다면 죽어가면서 생명을 이어가는 것에서 유일한 희망을 찾는 무니의 처절한 꿈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션 베이커 감독의 2015년 작품 <탠저린>만큼이나 희망없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미국사회의 밑바닥 삶을 훑어낸 <플로리다 프로젝트>를 "귀여운 6살 꼬마 ‘무니’와 친구들의 디즈니월드 보다 신나는 무지개 어드벤처!"라고 소개하는 영화배급사의 너절한 마인드는 한국 문화의 희망없는 밑바닥을 드러낸다.
<탠저린>의 카메라가 직접적 노골적으로 거칠게 들이댄 미국사회의 환부를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마치 "내가 웨스 앤더슨처럼 깔끔하게 영화를 못만들어서 그렇게 막 만든게 아니다"라는 것을 시위하듯 매우 정제되고 정교한 구성과 전개로 그 환부를 다시 지긋이 그러나 사정없이 눌러버린다. 이 영화의 몇 장면은 웨스 앤더슨을 분명하게 상기시키는데(파스텔톤 건물의 완벽한 대칭 구도) 그것은 오마주가 아니라 안티오마주로 읽힌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거의 음악이 없이 디즈니월드에 파묻혀들어간 무니의 잦아드는 속삭임 소리가 아주 오랫동안 귓가에 남겨질 것이다.
(사진은 디즈니월드에서 벌어지는 불꽃놀이를 멀리서 바라보며 초코파이 같은 것에 초 하나를 꽂고 친구의 생일을 축하해주는 이 영화의 유일한 감상적인 장면이다. 사실 너무 전형적인 설정이라서 좀 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