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레스 우드
다 알겠지만 박정희, 윤이상, 윤동주는 모두 1917년 혁명둥이이다. 그니깐 올해 탄생 100주년인거다. 그리고 지구 반대편 칠레의 가수 비올레타 파라도 올해 탄생 100주년이다.
한달 전쯤 본 영화 <천국에 간 비올레타>는 그녀의 삶을 다룬 영화다. 나는 음악영화와 전기영화는 좀 회피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자꾸 머릿속에 떠오른다.
삶의 시간 흐름을 완전 뒤섞어서 그녀의 삶을 통으로 접하게 만든 연출도 좋고, 그녀의 강렬한 삶도 기억에 깊게 남아있다. 영화를 보면 일반 백과사전에 소개된 내용보다 그녀는 좌파적이었다. 그녀를 꼬시기 위해 유럽에서 찾아온 백인이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다가 인터내셔널가로 바꿔불러 그녀의 마음을 얻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이 영화의 미덕 중 하나는 배우 캐스팅이다. 보통 전기영화의 주인공은 본래의 인물보다 백만배는 외모가 뛰어난 사람을 고르기 십상인데 이 영화는 어찌된게 그 반대인 것 같다.
그녀는 50살에 생을 마감한다. 도시 변두리 산 위에 상설 천막무대를 만들고 연주회를 열다가 점점 관객이 줄어 마침내 아무도 찾아오지 않게되자 좌절하여 자살한다. 그 마지막 천막무대 장면이 계속 뇌리에 남는다.
그녀는 영화가 보여준 내용보다 훨씬 성공적인 삶을 살았고, 현재도 유명한 칠레의 음악인들을 자녀로 남겼다. 하지만 영화는 이런 부분은 과감히 생략해버렸다. 그녀의 삶을 미화하거나 화려하게 장식하지도 않았다.
재미난 것은 비올레타 파라 탄생 100주년을 기해 그녀를 알리기 위해 칠레 대사가 직접 소극장을 방문해서 영화를 소개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나는 그 칠레 대사의 바로 뒷자리에서 영화를 보았다. (현재 칠레 정부는 우파이다.)
비올레타 파라에 비하면 윤이상은 훨씬 비중있는 음악가일 것이다. 그런데 외국에 나가 있는 한국 대사 중 윤이상을 알리기 위해 입한번 뻥끗하는 사람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