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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미상>(2018)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

by 로로

볼만한 영화겠구나, 생각하는 순간 그 영화에 대한 사전 정보를 전혀 갖지않고 영화를 본다.

그 영화가 3시간이 넘는다는 것을 알았다면 좀 망설였을 것이다.

그 영화가 일종의 전기영화라는 것을 알았다면 더 주춤거렸을 것이다.

하지만 보고말았다.


영화 말미쯤에 화가가 무채색으로 흑백사진을 똑같이 화폭에 담은 후 빗질하듯이 흐리게(blur) 만들 때, 어! 이거 리히터의 블러인데... 란 생각이 들면서 영화가 독일의 현대화가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유사' 전기영화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유사'라는 단서를 단 이유는 영화 속에서 주인공은 전혀 다른 이름을 사용하고, 아직 살아있는 리히터 본인은 이 영화와 관련이 없다며 거리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가족관계, 주변관계, 동독에서 사회주의 리얼리즘으로 훈련받은 사실, 서독으로 망명 후 뒤셀도르프에서 만난 교수까지 영락없는 리히터의 삶, 어린아이 때부터 본격적으로 현대미술계에 진입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좀 아쉬운 것은 제목이다. 원제 Werk Ohne Autor는 리히터의 작품세계를 표현해준다. 영어제목인 Never Look Away는 성장과정에서 리히터가 겪은 트라우마에 포커스를 맞춘다. 한국어 제목 <작가미상>은 독일어 원제를 번역한 듯 싶지만 사실은 뜻이 다르다. '작가미상'은 작가가 누군지 분명하지 않을 때 쓰는 말이다. 독일어 원제는 작가를 모르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누군지가 중요하지 않다"는 뜻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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