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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로 Mar 01. 2022

<결혼 이야기>

- 2019, 노아 바움백

넷플릭스에서는 볼 만한 영화가 없어서 그만 끊을까 생각하던 중에 우연히 노아 바움백 감독의 <결혼 이야기>가 눈에 들어왔다. 바움백의 <프란시스 하>를 본 이후 언젠가 꼭 봐야겠다고 벼르던 영화였다. 플롯에 취하고 배우들의 연기력에 혼몽해진다. 스칼릿 조핸슨, 아담 드라이버, 로라 던이 일품 연기는 자칫 진부해질 수도 있었던 스토리를 팽팽한 낚싯줄처럼 잡아당겨 숨 막히는 아픔으로 끌고 간다.

노아 바움백 감독의 2019년 영화 <결혼 이야기>의 한 장면

<프란시스 하> 보다는 말랑말랑한 이야기지만 보는 내내 가슴이 저미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영화가 남자 쪽에 더 공감이 갈 수 있도록 만든 것인지 아니면 내가 남자이기 때문에 아담 드라이버에 더 감정이입이 돼서 그런 것인지는 판단키 어렵다. 사랑은 언제나 지독히도 삶을 배반한다. 어느 순간 불쑥 한 남자와 한 여자를 하나로 엮어버리고는 결코 혼합될 수 있는 이질성을 곳곳에 노출시키고는 나자빠진다.


노아 바움백 감독의 2019년 영화 <결혼 이야기>의 한 장면

하지만 이 영화는 아름답다. 무엇보다 바움백 자신이 스스로 경험하고 느낀 바를 쏟아내는 것 같아서 그 솔직함 때문에 전신의 감각을 곤두세운다. 누군가가 두 사람에게 사랑을 선물한 것이 아닌 것처럼, 그 누구에 의해서도 사랑은 빼앗기지 않는다. 단지 두 사람이 제대로 서 있기 위해서 사랑은 흥정을 한다.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넘어질 때 우리는 종종 더 사랑을 체감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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