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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로 Jun 20. 2024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대심문관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은 나의 잠재의식 속 어딘가에 숨 쉬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고등학교 때 읽은 이 위대한 문학작품을 제대로 이해했을 리가 없고 그 내용이 의식 속에는 전혀 남겨져 있지 않다. 하지만 '대심문관' 이야기는 어느 정도 기억에 남아 있다. 불행히도 제대로 이해 못 한 내용이었지만 말이다. '대심문관' 이야기는 워낙 여러 문학가, 철학자 등에 의해 회자되고 비평되었기에 나의 기억에 남아 있게 되었을 것이다.


윌라 오디오북으로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을 들어며 마침내 '대심문관' 이야기에 이르렀다. 생각보다 비교적 작품의 앞부분이라는 점에서 약간 놀랐다. 그리고 그것이 자유주의자인 둘째 아들 이반이 독실한 셋째 아들 알렉세이에게 들려주는 자신이 머릿속에 구상한 서사시였다는 사실은 조금 더 놀라게 했다. 나는 이 이야기가 좀 더 삶을 많이 경험하게 된 알렉세이가 작품의 후반부에서 누군가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쯤으로 짐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사실은 내가 대충 머릿속에 넣어두고 있던 내용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였다는 점이다. 나는 대충 예수가 이 땅에 다시 찾아왔으나 권세를 누리는 대심문관이 자신의 권세를 계속 누리고자 예수를 몰아내는 이야기쯤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 이야기는 이런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이 이야기는 도스토예프스키의 고뇌가 담긴 내용이며, 그것은 곳 대심문관의 고뇌에 이입되어 있는 이야기였다. 그것은 인간의 '자유'에 대한 이야기이며,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며, 좀 더 분명하게는 '자유로운 사랑'에 대한 이야기였다. 예수가 인간에게 자유를 주었지만 그 자유를 삶의 현실에서 누릴 수 없는 인간의 한계 상황에 대한 실존적인 고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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