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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베스트>

2024, 아티나 레이첼 창가리 감독

by 로로

<랍스터>, <킬링 디어> 등의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와 함께 동시대 그리스 뉴웨이브 감독으로 주목받는

아티나 레이첼 창가리(Athina Rachel Tsangari) 감독의 <하베스트>는 앞서 만든 <아텐버그>(2010), <슈발리에>(2015)에 비하면 평범한 작품으로 보인다. 16세기 네덜란드 화가 브뤼헐의 리얼리즘 풍속화이면서도 교묘한 구도와 세밀한 묘사로 마치 현대적인 느낌을 주는 작품을 영화 속으로 끌어들인 듯한 작품이 <하베스트>이다.


농지를 수입이 좋은 양목장으로 만들어 토지에 부착된 농민 공동체의 삶을 파괴한 영국의 엔클로저 운동을 기본 골격으로 삼아 영화가 전개되지만 엔클로저 운동을 고발하는 '역사물'이라고 할 수는 없다. 감독이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토지에 부착된 농민의 삶이란 어떤 것이었던가, 그로 인해 형성된 공동체는 또한 무엇이었으며 그런 공동체에 깊숙이 배태된 잔혹할 정도의 배타성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이다. 따라서 이 영화는 특정한 시간과 공간을 떠나 비역사적인 공간을 상정하고 인간-자연-공동체-배타성으로 이어지는 삶의 존재론적 본질에 질문한다고 볼 수가 있다.


한 가지 엔클로저 운동을 위해 고용된 (발음으로 보아 프랑스인으로 보이는) 흑인 지도 제작자의 등장과 역할은 자못 흥미롭다. 불행히도 그는 이 모든 불행을 가져오는 마녀로 여겨져서 죽임을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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