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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24, 데아 쿨룸베가슈빌리 감독

by 로로

영화의 첫 장면은 살이 축축 늘어지고 얼굴도 알아볼 수 없게 뭉개진 흉측한 여성이 전라의 모습으로 모든 배경이 검은색이고 발아래는 축축한 물이 고인 장소에서 아주 느릿느릿 몸을 움직인다. 두 번째 장면은 여성의 성기가 그대로 노출된 상태에서 아이가 비집고 나와 태어나는 '실재' 장면이다. 불행히도 아이는 죽었다.


이 두 장면만으로도 감상하기가 만만치 않은 영화임을 느끼게 한다. 조지아의 젊은 여성 감독 쿨룸베가슈빌리는 첫 번째 장편영화 <비기닝>(2020)으로 일약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예술영화의 대표적인 감독인 헝가리의 벨라 타르 감독과 멕시코의 카를로스 레이가다스 감독을 연상시켰다. 한 컷이 1~5분 정도 되는 롱테이크, 사실상 1 Scene 1 Cut으로 편집의 최소화, 카메라의 움직임의 최소화, 그러나 카메라가 미세하게 움직이는 핸드헬드 촬영, 그리고 무엇보다 종교적 분위기가 비슷했다. 그러나 <비기닝>은 어떤 영적인 탐색이 아니라 여성에게 가해지는 종교적 억압을 담았다.


그리고 이번 영화 <4월>은 본격적인 여성영화로 벨기에의 샹탈 애커만의 전설적인 수작 <잔느 딜망>을 호출하기에 충분했다. 다행히 3시간 20분의 <잔느 딜망>에 비해 2시간 남짓한 길이지만 플롯의 전개는 너무나 단순하고 간혹 영문을 알 수 없는 추상적인 화면이 등장하여 2~3분 지속되니 감상하는 동안 몸이 뒤틀리기 일쑤이고 간혹 잠시 눈을 감았다가 떠도 화면이 그대로이다. 하지만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와 그것을 표현하는 화면은 쉽게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앞서 언급한 미세한 움직임의 핸드헬드는 이런 아트하우스 영화의 전매특허이다. 카메라가 단단히 고정되거나 피시체를 미끈하고 재빠르게 따라가는 일반적인 대중영화는 관객의 '몰입'을 극대화한다. 관객은 카메라의 존재를 잊고, 영화를 보는 '나'라는 주체도 잊어 두뇌는 후두엽이 가장 활발하게 움직인다. 그러나 카메라가 미세하게라도 흔들리면 관객은 본능적으로 카메라의 존재를 의식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영화를 보는 주체인 '나'도 지속적으로 상기시켜 몰입이 아니라 관찰, 대면, 사색, 비판 등이 작동하게 되어 뇌의 전체가 활발하게 작동한다. 잠에 빠지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그렇기에 이 영화 <4월>이나, <잔느 딜망>, <토리노의 말>과 같이 어찌 보면 지루하기 그지없는 영화들이 쉽사리 잊히지 않는 것이다. 무작정 지루한 영화와 이러한 영화의 차이는 작가의 상상력과 주제의식이 얼마나 충실하게 영화 속에 발현되는가의 문제일 것이다.


크리스티안 문쥬 감독의 2007년 영화 "4개월, 3주... 그리고 2일"은 여성인권의 시각으로 낙태의 문제를 다룬 최고작 중의 하나이지만, <4월>은 그 이상이라고 생각된다. 이 영화는 낙태 문제뿐만 아니라 누군가는 해야 할 불법적인 낙태수술을 하는 산부인과 여성 의사의 주체적인 삶, 그리고 임신에 대한 자기 결정권, 남성에 의한 성폭력의 문제들까지 복합적으로 관객의 사고를 견인한다.


영화의 첫 부분에 등장하는 매우 비호감적인 늙어 보이는 여인은 영화의 중간에도 여러 번 등장하고 특히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하기도 하는데 이들 장면과 그 여인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무척 애매하고 보는 이에 따라서 다르게 해석할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산부인과 의사인 주인공의 내면, 추상화된 실체, 미래, 고립된 심리상태 등등. 그리고 이 영화의 제목이 왜 <4월>인지는 도무지 모르겠다. 그냥 이 영화의 스토리가 4월에 전개되기 때문일까?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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