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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파르 파나히 감독 <써클>

- 이란에서 천진한 소녀가 성인이 되었을 때

by 로로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첫 두 작품인 <하얀 풍선>과 <거울>은 일종의 오페라 서곡이며 실험적이라고 볼 수가 있다. 다큐적 요소를 결합하는 방법론적 실험임과 동시에 감독이 영화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주제 의식의 실험이기도 하다.


<하얀 풍선>과 <거울>의 어린 소녀는 이제 성인이 되어 이란의 사회 환경에 던져진다. 여자로 태어나는 것부터가 마치 죄가 되어버리는 세상. <써클>에서는 대략 20대, 30대, 40대, 50대 여성들이 마치 옴니버스 영화처럼 별 관계가 없는 주인공들로 등장한다. 여성은 철저히 보호의 대상이라는(다른 의미로는 소유의 대상이 되는) 이슬람 율법에 따라 여성들은 숨 막히는 사회에서 자기 목소리를 유지하다가 절망한다.


영화 첫 부분에 20대 초반 여성 3명이 갓 감옥에서 탈출한 것으로 나오는데 그들이 왜 감옥에 가야 했는지는 설명하지 않는다. 의지가지없는 여성은 자신의 몸을 팔아야 하지만 율법적으로 성매매가 남녀 모두를 처벌하게 되어 있지만 여차저차 빠져나가고 여성은 감옥에 가야 한다. 영화는 매우 비관적이고 절망적이다. 아침 무렵에 시작된 영화는 관계없는 여러 여성들이 마치 바통터치를 하듯 이야기의 꼬리를 물고 가면서 마침내 밤늦게 끝을 맺는다.


이들을 추적하는 감독의 연출은 매우 정교하다. 첫 번째 주인공인 감옥에서 탈출한 주체적인 여성은 핸드헬드 카메라를 사용해서 촬영되어 매우 동적이다. 두 번째 여성의 경우 카메라는 끊임없이 움직이는 돌리에 장착되었다. 세 번째 자신의 딸을 버려야 하는 여자의 이야기는 어두운 밤에 외부에서 진행되며, 카메라는 팬과 타이트한 클로즈업으로 정적으로 움직인다. 마지막, 가장 낙관적이지 않은 매춘 여성의 경우 카메라와 여성 모두 완전히 움직이지 않고 소리가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주체적인 그래서 이상주의적인 여성이 점차 사회에서 옥죄이면서 고착화되어 가는 모습을 암암리에 전달하는 매우 기민한 연출이다.


이 영화는 이란에서 상영되지 못했다. 그리고 그 후 파나히 감독의 영화 작업은 고난의 행군이 되었고 가택연금과 감옥을 오가야 했다. 그럼에도 그는 결코 굴복하지 않고 자기의 목소리를 영화에 담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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