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구는 파나히도 춤추게 한다
오프사이드? 축구의 오프사이드?
그렇다. 축구다. 파나히 감독이 왜 갑자기 축구 영화를 만들었지?
아마도 파나히 감독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의 제목과 포스터를 보고 많이 의아했을 것이다.
그러나 2006년 만들어진 파나히 감독의 다섯 번째 작품인 이 영화 역시 이란에서는 상영될 수가 없었다.
이란에서는 여성이 축구장에 가서 축구를 구경할 수가 없다. 이 법은 이란에서의 비교적 진보적인 정권이 들어섰을 때 폐기하려고 했지만 실패하고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알고 있다. 여성이 축구장에 들어가서는 안 되는 이유는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명목이다. 여성이 경기장에서 울려 퍼지는 더러운 고함과 욕설을 들어서는 안 되고, 온갖 음어가 쓰인 경기장 내의 낙서를 보아서도 안 되며, 안면 없는 남자들과 뒤섞여서 있어서는 안 된다는 논리이다. <오프사이드>는 바로 이 어처구니없는 논리를 정면으로 꼬집은 영화이기 때문이다.
독일 월드컵 본선 티켓을 놓고 이란에서 열린 바레인과의 마지막 예선전. 수많은 축구팬들이 축구장으로 몰려드는 가운데 젊은 10대 여성들이 남자처럼 꾸미고는 몰래 입장을 시도한다. 얼마나 많은 여성이 축구장 입구의 경찰(군인?)의 감시를 뚫고 축구 구경을 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5명의 10대 여성은 발각이 되어 축구장 한 구석에 격리된다.
<오프사이드>는 파나히 감독의 세 번째 영화 <써클>처럼 이란에서의 여성이 처한 상황을 비판한 것이지만 감독의 다른 영화들에 비해서 유머가 있고, 쾌활하고, 낙관적이기까지 하다. 이 영화는 실제로 해당 축구 경기, 그러니까 독일 월드컵 티켓을 놓고 겨룬 바레인전이 열리는 경기장에서 일부 촬영되었다고 한다.
축구는 이란이 승리했고, 마치 2002년 서울처럼 축구팬들은 거리에서 환호하며 폭죽을 터뜨리고 춤을 춘다. 격리되어 있던 10대 여성들은 경찰 버스로 풍기단속반으로 호송이 되는데 거리를 꽉 메운 축구팬들로 인해 길이 막힌다. 결국 버스에 있던 경찰(군인?)과 끌려가던 소녀들까지 거리로 나와 춤을 추며 행진하는 것으로 영화는 끝난다. 파나히 감독이 마음만 먹으면 그리고 그러한 조건이 마련된다면 이런 낙관적이고 유쾌한 영화를 만들 수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듯하다.
그리고 또.
파나히 감독은 확실히 축구 팬이다.
그리고 그는 (자기를 탄압하는 정권이 끝날 기미도 없건만) 이란을 무척이나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