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나의 DNA를 복제하여 또 다른 나를 만들면 그는 나인가? 나의 복제인간이 범죄를 저질러서 내가 DNA 검사를 받게 된다면 나는 꼼짝없이 죄를 뒤집어쓰게 될 것이다. 이 경우 법률적으로 그는 나이고, 나는 그이다. 다행히 이런 복제인간이 실제로 등장하게 된다면 '나'의 아이덴티티는 DNA 이상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내가 기억상실이 되거나, 치매로 인해 나의 존재를 자각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나인가? 그는 육체적으로 온전히 '나'이겠지만, 더 이상 내가 아니다. 나를 나라고 자각하지 못한다면 그는 내가 아니다.
나를 나로 인식하는 것은 지극히 이성적인 판단이다. 그러면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이성이 뒤로 물러나고 무의식과 잠재의식이 지배하는 꿈속의 나는 나인가? 물론 그도 나이긴 하겠지만 온전한 나는 아니다. 그가 나라는 사실을 자각하는 것은 순전히 꿈에서 벗어날 때라야 가능하다.
나의 존재가 상실되는 순간을 나는 자각할 수가 없다. 죽음의 순간은 절대로 자각할 수가 없다. 이것은 잠이 드는 순간을 지각할 수 없는 것과 동일하다. 내가 잠이 들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은 잠에서 깨어날 때라야 가능하다. 죽음에서는 다시 깨어날 수가 없기에 나의 죽음을 나는 인지할 수가 없다.
죽음은 '주관적 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