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갱 <크리스마스 밤>

by 로로

성서를 모티브로 한 고갱의 그림은 여전히 논란이다.


황색의 그리스도, 그 그림을 배경으로 한 자화상, 타히티 여인을 마리아로 그린 그림, 마리아와 예수의 머리 위에 그려진 어울리지 않는 후광.


고갱이 무엇을 의도했는지 의견이 분분하다. 아주 불쾌해 하는 기독교인도 있다. 꼴통의 본산 총신대의 한 교수는 배알이 꼬였는지 고갱의 그림을 비판하는 웃기는 논문을 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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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림은 처음 본다.

한참을 드려다 보았다.

여전히 모르겠다.

딱 보면 고갱인줄은 알겠지만 색조는 매우 탁하다.

타이티가 아닌 프랑스 브래타뉴로 보인다.


제목은 '크리스마스 밤'이고 부제로 '황소들의 축복'이라고 되어 있다.

부조인지 조각인지 모를 예수 탄생 모습이 있는데 요셉의 발이 조금 삐져나온 것이 눈에 띄고 전체 모습은 뭉게져 있다. 예수의 모습은 거의 숨은그림찾기 수준이다.

근처에 교회가 보이고 두 여인은 황소의 태도에 약간 불만인 듯 보인다. 갈 길 바쁜데 버티고 서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

단연 중심은 두 마리의 황소이고, 이들은 매우 진지하다. 경배가 아니라 '축복'이다. 황소의 축복.

멀리 황혼이 깔린다.


고갱의 의도는 모르겠다.

그냥 이런 시츄에이션을 목격하고 화폭에 단순히 재현했을 지도 모른다.

왜 이 그림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내가 보기엔 매우 깊이가 있고 조형성도 뛰어나다.


그리고 나는 갈길 바쁜 어느 황혼 저녁에 뭉게진 예수 탄생의 조각상을 보면서 버티고 서 있는 저 황소에 마음이 꽂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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