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을 꿈꾸는 그대에게, 여덟번째 이야기
지난 8월에 치른 7급 국가공무원 채용 필기시험 합격자를 대상으로 면접시험이 11월에 열린다. 면접을 준비하기 위해 국세청에 대한 정보를 찾다보면 의외로 정보가 별로 없어서 놀란다. 물론 공식 홈페이지도 있고 SNS도 운영하고 있지만 세금에 대한 정보에 치중되어 있어서 정작 국세청이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 자세한 설명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오늘은 국세청이 어떤 곳인지, 세무서가 어떤 일을 하는지 지극히 개인적인 시각에서 설명하고자 한다. 국세공무원을 준비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상식 차원에서 알아둔다면 사는데 조금은 도움이 될 것이다. 월급쟁이 입장에선 세무서에 볼 일이 별로 없긴 하지만 집을 사고 판다든지 자기 사업을 하게 되면 세금 문제라는 막막한 장벽을 마주하게 되기 때문이다.
정부조직법 제27조 3항에 다음과 같이 규정되어 있다.
내국세의 부과, 감면 및 징수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기 위하여 기획재정부장관 소속으로 국세청을 둔다.
그렇다. 세금은 크게 국세와 지방세로 나눌 수 있고 국세에는 내국세와 관세 두종류가 있다. 재산세 고지서를 받고 궁금한 점이 있다면 시청, 군청, 구청으로 연락하셔야 하고, 공항 세관 통과할 때 걸리면 물게 되는 세금은 관세청 가서 따질 일이다. 세무서에 전화해서 취득세나 재산세 같은 지방세를 물어보는건 S전자 휴대폰을 L전자 서비스센터에 가서 물어보는 것과 다름없으니 이 정도는 알아두자.
국세청 공식 홈페이지에는 국세청이 하는 일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국가 재원의 조달이라는 역할을 수행하는 국세청은 세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세금을 부과·징수하게 되는데, 국세청이 하는 일은 크게 2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는 납세자가 세법의 규정에 따라 자신의 납세의무를 제대로 이행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도와주는 서비스 기능으로, 이를 위하여 국세청은 법령해석, 세금신고안내, 세금해설책자 제작·배부, 세무상담 등의 기능을 수행합니다.
둘째는 모든 납세자가 세법이 정하는 바에 따른 납세의무를 제대로 이행토록 하기 위하여 세금신고·납부자료의 관리·분석, 불성실납세자 선정·조사, 체납자에 대한 세금 강제징수 등의 기능을 수행합니다.
간단히 말해서 서비스 기능과 세무조사 기능을 하는데, 드라마에서 그럴듯하게 그려내는 세무조사는 극히 일부분이고 대부분의 세무서 직원들은 콜센터처럼 전화받고 민원 상담하고 체납자와 실랑이를 하는 서비스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세무서 규모에 따라 조직이 약간씩 다르지만 일반적인 조직은 다음과 같다.
ㅁ 운영지원과
회사의 총무부와 유사한 기능. 업무지원팀은 세무서 살림을 돌보고 징세계는 세금 수납, 환급 등등의 역할을 한다.
ㅁ 개인납세과
예전에는 부가가치세과와 소득세과로 나뉘어있었는데 올해부터 전격적으로 합쳐졌다. 납세자에게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야심찬 취지였으나 직원 입장에서는 '개납지옥'이 되어버렸다.
개인납세과는 대부분 소재지별로 세적을 나누어 담당하고 있으니 부가가치세나 소득세와 관련하여 문의사항이 있을 때에는 개인납세과를 찾으면 된다.
근로장려금과 올해부터 시행된 자녀장려금도 개인납세과에서 담당하고 있다.
1월, 7월에는 일반과세자 부가가치세 신고 기간이라 세무서마다 전자신고 지도창구를 마련하고 납세자들이 신고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5월은 종합소득세 신고와 근로장려금, 자녀장려금 신청 기간이므로 신고를 하러 방문하는 납세자들로 미어터진다. 그러니 아주 급한 업무가 아니라면 이 기간은 피해서 세무서를 방문하는 편이 좋다. 이 기간에는 전화통도 불이 나기 때문에 전화 연결도 어렵다. 어지간하면 전화도 하지 말자.
(그러나 꼭 신고기간이 되어서야 뭔가 잊어버린게 생각나고, 사업도 새로 하고 싶어지는지 이상하게도 신고기간에 민원이 더 많다.)
개인 체납도 개인납세과에서 담당한다. 세금이 체납되면 부동산이나 신용카드 매출채권, 금융재산 등을 압류하고 금융기관에 신용정보를 제공하거나 출국규제를 하기도 한다. 체납정리 실적을 가지고 세무서별로 과별로 팀별로 줄을 세워 하위권을 쪼아대다보니 체납 담당 직원들은 어쩔 수 없이 압류를 하게 되고 납세자들은 세무서로 뛰어와서 너죽고 나죽자며 난리를 치고 간다. 세상엔 일부러 세금을 안내는 나쁜놈도 많지만 대개는 사업이 잘 안되서 못내는 것일텐데 압류당하는 사업자도 압류하는 세무서 직원도 안타깝기는 매 한가지다.
ㅁ 재산세과
집팔면 세금이 얼마나 나올까? 궁금하면 재산세과에 문의하면 된다. 그러나 양도소득세의 세계는 놀랍게도 오묘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저렇게 물어보면 원하는 답을 들을 수 없다. 집이 몇채인지, 보유기간이 어느 정도인지, 어느 지역에 있는지 기타 등등에 따라 세금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여차하면 직원이랑 스무고개 하면서 서로 짜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세금 상담을 할 땐 반드시 관련사항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하도록 하자.
부동산 뿐 아니라 주식이나 골프회원권 등 재산의 양도, 증여, 상속으로 인해 발생하는 세금에 대해서는 재산세과에서 담당하고 있다.
세무서에서 근무하다보니 세금에 대해 물어보는 지인들이 많은데 대부분 부동산을 팔고 나서 물어보는 바람에 손을 쓸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제발 부동산은 팔기 전에 세금 문제를 점검해보기를 바란다. 경우에 따라서는 집을 멸실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고 증여를 하는 경우가 나을 수도 있는데 부동산을 팔고나서는 되돌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솔직히 얘기해서 아직 재산세과에서 근무를 해보지 않았다. 들은 풍월이 그렇다.)
ㅁ 법인세과
세무서에서 재산세과와 더불어 가장 선호되는 부서이다. 아무래도 법인이다보니 개인보다는 일도 깔끔하고 진상 민원도 적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네에 따라서는 개법인(=개인같은 법인)이 있어서 여기가 개인납세과인지 법인세과인지 헷갈리는 경우도 있다.
게다가 요새는 학자금 상환업무를 법인세과에서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세무서에서 무슨 학자금 상환인가 싶은데 든든학자금이라고 장학재단에서 대학생들에게 대출해준 학자금을 상환하는 업무를 국세청에서 담당한다.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이 발생하면 원천징수의무자(=월급주는 회사)가 월급에서 일정액을 떼어서 세무서에 납부해야하거나 대출자 본인이 신고 납부해야한다. 학자금 상환 업무가 몇 년 안되다보니 민원인의 대부분이 엄청 똑똑하고 인터넷에 능한 젊은 친구들인데 이들의 진상 수준이 보통이 아니다.
ㅁ 조사과
드라마에서 검은 양복입은 조사관들이 회사에 쳐들어가서 "세무조사 나왔습니다"라며 박스에 서류를 담아가는 장면을 보신 적이 있는가? 애석하게도 세무서 조사과에서는 그런 일을 하지 않는다. 영치조사는 지방청 조사국에서나 가끔 하지 대부분은 미리 세무조사 통지서를 보내고 회사에 가서 서류를 들여다보다가 끝난다.
추징실적에 대한 부담감때문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 곳이지만 조세정의를 바로 세운다는 보람과 세무공무원 본연의 역할을 한다는 자긍심도 느낄 수 있는 부서이다.
ㅁ 납세자보호담당관실
세금이 억울하게 부과되었다고 생각될 땐 납세자보호담당관을 찾아가자. 과세전적부심, 이의신청, 고충 등등을 통해 억울한 세금을 해결할 수 있는데, 억울하다고 주장한다고해서 다 통하는 건 아니고 본인의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객관적인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현금거래'는 증명할 길이 없기 때문에 사업을 하든지 월급을 받든지간에 돈을 주고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반드시 금융계좌를 통해 거래하기 바란다.
각종 민원증명 발급, 사업자등록 신청 등등은 민원봉사실에서 할 수 있다. 인터넷에 익숙한 분이라면 국세청 홈택스에서 어지간한 증명발급과 민원 신청을 해결할 수 있으니 댁에서 해결하시면 좋겠다.
월급쟁이로 살면서 세무서와 엮일 일은 별로 없지만 코딱지만한 커피숍이라도 차리고 보면 세무서에 볼일이 급격히 늘어난다. 4대 사정기관이니 뭐니 하며 국세청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계셨다면 부디 이 글을 통해 조금이나마 친근한 느낌을 받으셨기를 바란다. 세금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을 땐 언제든지 전화주시거나 방문하시면 친절히 상담받을 수 있다.
다만 당부드리고 싶은 건 상담하시는 조사관님도 누군가의 소중한 아들 딸이고 당신의 이웃일 수도 있으니 너무 막 대하지는 말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비단 국세공무원 뿐만 아니라 사람을 상대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분들께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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