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60이 넘은 나이에 우리 엄마는 반올림하여 40년 만에 재취업을 하게 되었다.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우리 엄마가 재취업이라니!
평소 몸이 약한 편이시고 게다가 엄마에게 가장 취약한 분야는 전자기기였다. 엄마도 일을 안 한지 오래되다 보니 다시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접어두셨다. 그런데 남편이 정년퇴직하고 재취업하며 힘들게 일하는 모습을 보고 측은하셨는지, 본인도 작은 일이라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최근 드셨던 것 같다. 하늘이 주신 기회로 우리 엄마는 코로나 시대에 걸맞은 재택근무자가 되었다.
엄마가 하시는 일은 한국소비자원에서 주관하는 '소비자 지킴이' 일이었다. 온라인 상거래에서 과대광고, 부당광고, 허위광고 등 주로 인증받지 않거나 객관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것을 마치 인증받거나 검증된 것처럼 광고하는 상거래 페이지를 찾아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이었다.
2주간의 교육을 받으며 기본적인 한글 문서 작성 방법, 화면 캡처 및 편집 방법 등 보고서 작성에 필요한 기본 스킬을 배우셨다. 우리 엄마의 기본적인 베이스를 논해보자면 엄마는 컴퓨터를 일단 켜고 인터넷 창을 켤 줄 안다. 문제는 거기서 무엇을 클릭하면 아주 큰일이 벌어지는 줄 안다는 거다. 마치 그것을 잘 못 눌러 컴퓨터가 폭발하는 것처럼 시한폭탄 다루듯이 컴퓨터를 대한다. 엄마한테는 미안하지만 옆에서 보면 가관이다. 미션을 수행하는 비밀요원이 금고 비밀번호를 3번 시도만에 열지 못하면 폭파되는 것처럼 엄마는 "이거 누르면 되냐? 바이러스 걸리는 거 아니냐?"라는 말을 한 번 클릭할 때마다 반복한다. 물론 바이러스 위험성에 대해 유념하는 건 좋지만 엄마는 도대체 어디서 그런 교육을 받은 건지 컴퓨터 곳곳에 바이러스가 숨어 있어서 그것을 절대 건드리면 안 된다는 듯 말한다.
아무튼 이 정도로 컴퓨터를 시한폭탄처럼 다루던 엄마가 2주 만에 저렇게 몰아치듯 컴퓨터 교육을 들었으니 엄마 인생이 뒤집어지고 머리에 지진 나듯 아픈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한글 문서 한쪽짜리 화면을 보며) "아휴! 이거 몇 시간을 걸려 했구만 다 지워져 부렀어. 그냥 모다겠다고(못하겠다고) 할까? 이래 갖고 일주일에 한 번씩 업무일지 써서 내라는데 나혼자 할 수 있겄냐?"
재택근무 시작 한 달 차는 예상했던 대로 컴퓨터와의 전쟁이었고 그녀에게 큰 시련을 준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