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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다올 Nov 30. 2021

63세 엄마의 재택근무 도전기(2)

그렇게 60이 넘은 나이에 우리 엄마는 반올림하여 40년 만에 재취업을 하게 되었다.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우리 엄마가 재취업이라니!


평소 몸이 약한 편이시고 게다가 엄마에게 가장 취약한 분야는 전자기기였다. 엄마도 일을 안 한지 오래되다 보니 다시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접어두셨다. 그런데 남편이 정년퇴직하고 재취업하며 힘들게 일하는 모습을 보고 측은하셨는지, 본인도 작은 일이라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최근 드셨던 것 같다. 하늘이 주신 기회로 우리 엄마는 코로나 시대에 걸맞은 재택근무자가 되었다.

           

엄마가 하시는 일은 한국소비자원에서 주관하는 '소비자 지킴이' 일이었다. 온라인 상거래에서 과대광고, 부당광고, 허위광고 등 주로 인증받지 않거나 객관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것을 마치 인증받거나 검증된 것처럼 광고하는 상거래 페이지를 찾아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이었다.

                

2주간의 교육을 받으며 기본적인 한글 문서 작성 방법, 화면 캡처 및 편집 방법 등 보고서 작성에 필요한 기본 스킬을 배우셨다. 우리 엄마의 기본적인 베이스를 논해보자면 엄마는 컴퓨터를 일단 켜고 인터넷 창을 켤 줄 안다. 문제는 거기서 무엇을 클릭하면 아주 큰일이 벌어지는 줄 안다는 거다. 마치 그것을 잘 못 눌러 컴퓨터가 폭발하는 것처럼 시한폭탄 다루듯이 컴퓨터를 대한다. 엄마한테는 미안하지만 옆에서 보면 가관이다. 미션을 수행하는 비밀요원이 금고 비밀번호를 3번 시도만에 열지 못하면 폭파되는 것처럼 엄마는 "이거 누르면 되냐? 바이러스 걸리는 거 아니냐?"라는 말을 한 번 클릭할 때마다 반복한다. 물론 바이러스 위험성에 대해 유념하는 건 좋지만 엄마는 도대체 어디서 그런 교육을 받은 건지 컴퓨터 곳곳에 바이러스가 숨어 있어서 그것을 절대 건드리면 안 된다는 듯 말한다.

                

아무튼 이 정도로 컴퓨터를 시한폭탄처럼 다루던 엄마가 2주 만에 저렇게 몰아치듯 컴퓨터 교육을 들었으니 엄마 인생이 뒤집어지고 머리에 지진 나듯 아픈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한글 문서 한쪽짜리 화면을 보며) "아휴! 이거 몇 시간을 걸려 했구만 다 지워져 부렀어. 그냥 모다겠다고(못하겠다고) 할까? 이래 갖고 일주일에 한 번씩 업무일지 써서 내라는데 나혼자 할 수 있겄냐?"


재택근무 시작 한 달 차는 예상했던 대로 컴퓨터와의 전쟁이었고 그녀에게 큰 시련을 준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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