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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다올 Mar 21. 2022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 12화

휘어지는 법을 모르고 부러져봤다.

12화는 기성세대와 청소년 사이의 갈등이 가장 두드러졌다. 펜싱 선수와 코치, 학교 폭력 교사와 학생. 이 드라마의 주연은 백이진, 나희도 두 명으로 볼 수 있지만 넓혀 보면 고유림, 문지웅, 지승완 세 명이 더 있다. 어제 12화는 펜싱부 희도, 유림의 후배 예지의 이야기와 학년 주임 선생과 승완, 지웅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여자 주인공, 남자 주인공이 모든 에피소드를 끌고 가거나 조연은 단지 주연을 비춰주는 도구에 불구한 이야기가 아니라, 때로는 주연이 조연이 되고 조연이 주연이 되는 <스물다섯 스물하나>이기에 더욱 애정을 가지게 된다.


사진출처 - tvN <스물다섯 스물하나> 공식 홈페이지


펜싱부 2학년 예지가 펜싱을 그만두고 싶다고 얘기했지만 양찬미 코치는 쉽게 놓아주지 않는다. 아마 양코치는 펜싱 그만두고 싶다고 하는 애를 한 두 번 본 게 아닐 것이다. 하지만 희도와 유림은 예지가 '더 이상 펜싱이 즐겁지 않다'라고 하는 것을 듣고 진심임을 깨닫고 도와주기로 한다. 양찬미는 전국 체전 펜싱 8강 진출하면 펜싱 그만두는 걸 허락해주겠다고 하고, 예지는 할 수 있다고 답한다. 희도와 유림은 예지의 목표 달성을 위해 옆에서 함께 땀 흘리고 최선을 다해 훈련을 돕는다. 결국 예지는 16강 전에서 승리하여 8강에 진출하게 되었고 양찬미는 "네가 새로운 기회를 얼마나 어렵게 얻었는지 앞으로 힘들 때마다 오늘을 기억하라"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히며 예지를 보내준다. 희도와 유림은 아시안게임 기자회견 때 자리를 박차고 나온 대가로 3개월 출전 정지가 되어 경기에 출전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도 했지만 예지의 진심을 알게 된 이상 모른 채 하지 않았고 다시 펜싱을 하라고 회유하지도 않았다. 이들이 진심을 다해 예지의 새 출발을 돕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사진출처 - tvN <스물다섯 스물하나> 공식 홈페이지


승완은 학 주임의 습관적인 폭력을 더 이상 방관하지 않고 새로 제정된 '교내 체벌 금지법'을 믿고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은 그저 교사의 편에서 '교권 존중'을 운운할 뿐 승완의 이야기는 수용되지 않았다. 학 주임은 승완이 인터넷 방송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어 승완의 기를 꺾을만한 소재를 찾아낸다. 하지만 승완은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기에 반성문을 쓸 수 없고 이 학교 졸업장으로 대학을 가기도 싫다며 자퇴를 선언한다. 휘어질 바에야 부러지는 결정을 내린다. 수능을 한 달 앞둔 19살 승완은 분명히 휘어지는 것이 인생에 이득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폭력 교사 앞에서 휘어지는 것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 또한 승완의 확고한 신념이었다. 누구보다 친구들과 잘 지냈고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으며 선생님들의 총애를 받던 승완이는 학교 밖으로 나와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되었다.


사진출처 - tvN <스물다섯 스물하나> 공식 홈페이지


수능 날이 되었고 희도와 지웅이 둘만 수험장으로 들어갔다. 승완이는 검정고시를 봐야 했고 유림이는 펜싱 실업팀을 선택했다. 희도의 내레이션 중 '부러지면서 생긴 균열 때문일까, 모든 게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했다'라는 대사가 있었다. 앞으로 이들 관계에 어떤 균열과 변화가 있을지 궁금해진다. 생각해보면 고등학교 때 각자 다른 대학교를 지원하고, 대학교 때 휴학, 어학연수, 교환학생 등 다양한 이유로 친구와 멀어지기도 했다. 그것이 잠시 멀어지는 시간일 수도 있었고 그것으로 인해 아주 소원한 사이가 되어 버리기도 했다. 스무 살이 된 자체가 인생의 큰 변화고 대학에 가고, 가지 않고 또한 삶의 모습을 많이 바꿔 놓을 것이다. 지금은 담담하게 생각하는 거지만 어릴 땐 당연히 영원할 줄 알았던 우정이 변하는 걸 보고 가슴앓이를 했다. 이들에게도 어떤 기쁨과 시련이 있을지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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