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엄마의 삶은 고단하고 복잡하다. (나는 아직 엄마 아님)
학원 원장님의 자녀는 20개월인데, 아이가 폐렴으로 입원을 몇 번을 거듭하더니 이제는 중이염이 악화되어 다시 응급실에 실려갔다. 내가 출근한 지 1, 2주밖에 되지 않았을 때부터 원장님의 아이가 계속 입원을 하여 내가 학원 문을 열고 닫아야 했다. 아이가 완전히 나으려면 왠지 짧은 시간이 아니라 꽤 긴 시간이 필요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염려했다. 이 상황이 언제까지 가려나 하고. 원장님도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면서 아이 간병을 하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서 아이가 나아지길 바랄 뿐이다.
아이의 상태가 나빠져 단박에 학원을 뛰쳐나갈 수밖에 없는 원장님의 모습을 보며 앞으로 나도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면 저런 상황이 닥칠 텐데, 무슨 일을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 내 미래 또한 막막했다. 아무리 정부에서 돌봄을 지원한다 해도 아이가 아프면 그러한 정책은 무력하다. 어찌 됐든 아픈 아이 곁에는 부모가 있어야 한다. 아빠가 있는다 해도 엄마도 있어야 한다. 일을 하며 아이를 키우는 일은 가족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도움과 이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전 직장에서는 아이를 갖기 위해 난임시술을 받던 직장 동료가 있었다. 당시 나이가 39세였다. 그 해 난임시술이 또 실패하면 내년부터는 포기하려 한다고 말했다. 내 기억으로는 1년에 두 번인가, 세 번 시술을 했다고 들었다. 다행스럽게 마지막 시술에서 아이가 생겼고 지금도 가끔 카톡 프로필을 보면 아이가 건강하게 크고 있는 것 같고 둘째도 낳아서 잘 키우고 계신 거 같다. 아이를 낳는 것도 사람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고 낳았다 해도 키우는 것은 낳는 것보다 훨씬 몇 배는 힘들어 보인다. 나는 아직 결혼을 언제 할지도 아이를 언제 낳을지도 모르지만, 주변 사람들의 이러한 애환을 보노라면 그저 겁이 난다. 미혼의 삶이 자유 그 자체라고 본다면 기혼 게다가 부모의 삶은 삶 자체가 송두리째 바뀐다고들 하는데 그걸 내가 무너지지 않고 감당해 낼 수 있을지 두렵다.
2. 유재석의 유튜브 <핑계고>
유튜브 알고리즘에 의해 알게 된 유튜브 채널 <뜬뜬>. 이 채널에서는 몇 가지 콘텐츠를 기획제작하고 있는 듯했는데 그중 하나가 유재석의 <핑계고>이다. 왜 제목이 핑계고 인가 싶었는데, 유튜브는 핑계고 그냥 떠들어제끼자 라는 그들만의 모토가 있어서 '핑계고'가 된 것으로 추측한다. 주로 유재석과 친한 지인들이 게스트로 등장한다. 프로 예능인 조세호, 남창희, 홍진경이 출연했고 배우 이동욱, 차태현, 유연석도 출연했다.
이 콘텐츠는 정말 아무 대본도, 정해진 녹화 시간, 업로드 날짜도 따로 없고 오프닝, 클로징도 없다. 냅다 카메라 두고 계속 녹화를 돌리고 자리에 앉는 것부터 마이크 채우는 것까지 모두 생으로 공개된다. 카메라 앞에서 '그냥 떠들어제낀다'라고 쉽게 웃으며 말하지만, 이게 제일 어려운 거라 생각한다. 아마 예능인의 경지가 되어야 할 수 있는 No topic, free talk show 아닐까? 유재석이라 가능하다고 본다. 유재석은 아무리 떠들고 장난을 치고 농담을 해도 상대방을 비하하거나 어느 사람이 시청한다고 해도 불쾌할만한 얘기를 하지 않는다. 쉽게 말해 재밌지만 선을 넘지 않는다. 사실 많은 사람이 시청할수록 특정 성별, 직종, 지역 등을 건드리는 얘기를 하나씩 할 수도 있는데, 유재석은 게스트들과 그 상황 안에서 재미를 찾고 개그를 하기 때문에 누가 보더라도 유쾌하기만 한 토크쇼를 한다. 마치 토크계의 마에스트로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무슨 말을 해도 해가 되지 않는 유쾌하기만 한 방송인. 진짜 찾아보기 힘든데 괜히 유재석이 아니란 생각이 또 한 번 든다.
3. 부정적인 생각은 얼른 증발시키기
인스타그램에서 한 영상을 봤다. 컵에 맑은 물이 들었다. 이것을 사람의 평안한 상태라고 한다면,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상태를 검은흙으로 비유하여 흙을 물 안에 한 스푼 넣어 섞는다. 그러면 물은 어느새 흙탕물이 된다. 다시 맑은 물로 되돌리기 위해 작은 스푼으로 아무리 물속에 든 흙을 떠서 빼내어도 물 색깔은 그리 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맑은 물을 콸콸콸 컵으로 들이부으니 흙탕물은 모두 빠져나가고 다시 맑은 물만 남았다. 즉, 좋은 생각, 좋은 것을 보고 느끼는 것으로 내 안을 다시 채우면 내 안에 있던 나쁜, 부정적인 생각들이 굳이 애쓰지 않아도 모두 빠져나가고 평안함, 긍정적 생각이 다시 차오른다는 것이다.
이 짧은 영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마치 그동안 나는 작은 티스푼으로 내 안에 떠다니는 불순물을 퍼내기 위해 애쓰기만 한 것 같았다. 예전에 마음이 불안하고 힘들어서 정신과 상담을 받은 적이 있는데, 당시 의사 선생님도 나에게 '좋은 것 많이 보고, 좋은 것 많이 듣고, 좋은 생각을 많이 하는 게 약보다 좋습니다'라고 하셨다. 그 이후 여행을 곧장 떠났는데, 놀랍게도 마음에 안정을 조금은 되찾았고 홀가분한 기분이 들었다.
부정적인 생각은 내가 받아들이면 받아들일수록 더 큰 부피와 무거운 질량으로 내 마음 안에 자리 잡는다. 그걸 그대로 둘 것이 아니라 재빨리 잊어버리고 증발시키려 노력한다. 그리고 유쾌한 글이나 영상이나 내 마음을 정화시킬 수 있는 것을 찾아 시선을 옮긴다. 그러면 정말 신기하게도 원래 같았으면 걱정과 근심에 머물러 있을 내 생각이 다른 곳으로 옮겨진 것을 발견한다. 우리 아버지도 내게 자주 하시는 말씀이 있다. 내가 아빠에게 어떤 것이 짜증이 나고 화가 난다고 하면 가만히 듣고 '그렇겠구나' 하시다가도 마지막엔 '그런 건 오래 생각하지 말고 잊어버려라. 그럼 마음이 편해진다.'라고 하신다. 몇 년 전엔 아빠의 이 말이 현실도피적이라고 이해했다. 하지만 이제는 왜 아빠가 그렇게 말씀하시는지 알겠다. 부정적인 생각은 꼬리가 길고, 내가 직접 잘라내지 않으면 끝까지 자라나니까 그런 것이다. 잊는 것도 힘이다. 그래야 다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