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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다올 Dec 17. 2016

'헐 때가 있고 세울 때가 있으며', 결실의 이야기

졸업 직후 브런치를 시작했고 벌써 10개월 전이 되었다. 브런치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일이 생겼고 심적으로 외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던 한 해였다.


3월부터 6월은 무릎 재활의 시간이었다. 그리고 마음의 재활이기도 했다. 심리적 불안정과 함께 삶의 불안정함을 느꼈고 공무원 국가직 7급 시험에 관심을 가졌다. 그리고 7월부터 10월 중순까지 독서실에서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공무원 시험공부를 하였다. 공부가 싫지 않았지만, 어딘가 마음에 아쉬움은 있었다. 대학 생활을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고 무릎을 다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할 때 자격증 취득을 해놓았는데 그 모든 게 쓸모가 없어진 것 같아 남은 아쉬움이었다. 부모님이 내비치시는 아쉬움도 크게 한몫했다.


결국 공부를 하다 10월 중순에 잠시 접어두고 하반기 취업에 뛰어들어 보기로 했다. 사실 처음엔 몇 곳만 써보자는 생각이었는데 학교 취업 프로그램에도 참가하다 보니 점점 더 간절하고 절실해졌다.

자소서 개수를 세어보면 이번에 스무 곳이 넘는 기업에 지원했다. 서류 광탈은 말할 것도 없고 인적성 탈락과 면접 탈락은 정말 허탈함을 가중시켰다. 이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적성은 좋은 운을 가져다주는 부적이라도 가지고 가야 하는 것인지, 면접에서는 내가 뭐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취업 준비에 있어서 가장 힘든 부분은 언제 이 과정이 끝날지 모른다는 기약 없는 사실과 연속적인 탈락과 주변인들과의 비교 때문에 점점 낮아지는 자존감, 부모님께 의지하며 살아간다는 죄책감, 매일 발전과 성장이 아닌 반복적인 혹은 퇴보적인 일상이라는 무력감이다.

결과를 말하자면 나는 어제 최종 합격 연락을 받았다. 3월 이후 딱 10개월 만에 이룬 성취다. 본격적으로 하반기에 도전하고 세 달째에 이룬 성취이기도 하다.

10월부터 딱 두 달 반이 지났지만 그 시간은 나에게 1년보다도 긴 시간으로 느껴졌다. 일주일에 탈락 소식을 매일 접한 적도 있었다. 내가 뭐가 잘못된 걸까 하며 자책했고 내 과거의 삶을 부정하기까지 했다.

정말 인생은 얄궂게도 마음에 힘을 빼고 지원서를 넣고 면접에 임했던 곳에서 합격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동안 열심히 노력하고 숱한 탈락을 맛본 경험들이 하나로 뭉쳐져서 이루어진 결과로 다가왔다.


취업의 과정 동안 느낀 것은 내 마음과 상황이 어떻든 나의 손과 발은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지원서를 내지 않은 채 가만히 있으면 기업은 날 알아주지 않는다. 사람들을 만나지 않으면 사람들은 나를 알지 못한다. 끊임없이 나 자신을 채찍질하고 앞으로 조금이라도 나아가려는 노력이 있어야지만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발전 없이 퇴보하고 있다고 생각했으나 그것은 어두운 마음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을 뿐, 나의 모든 시도와 도전을 통해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자소서를 쓰기 싫어도 써야 하며, 모의면접을 통해 지적받는 게 끔찍해도 그것이 내게는 약이며, 스터디 팀원들이 잘 모이지 않아도 모이게 하여 얘기라도 같이 나누는 게 구직자의 최종적인 목표인 취업에 도움이 된다.

그리고 탈락은 아무리 경험해도 무뎌지지 않는 씁쓸한 경험인데 그것이 본인의 잘못이라고 생각하진 않길 바란다. 서류 탈락은 자소서 답변이 부족해서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어느 정도 자소서가 다듬어졌고 면접도 솔직하고 깔끔하게 잘 봤는데 불구하고 떨어졌다면, 그 회사의 분위기에 내가 안 어울렸기 때문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해야 한다. 정말 취업은 입시 시험과 달라서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고 나를 완벽히 어딘가의 획일화된 기준에 끼워 맞출 수도 없는 일이다. 그래서 취업엔 정도가 없고 어렵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나도 사실 이러쿵저러쿵 취업에 대해서 말할 처지는 아니다. 나도 정확한 방법을 여전히 모르며 눈을 가린 채 땅을 짚어보듯 그냥 시도했을 뿐이다. (나는 참고로 올해 2월엔 방송국 시험 준비 스터디에도 한번 나가봤고 초등학생 대상 영어 공부방도 열어봤으며 앞서 말했듯이 공무원 시험 준비도 해봤고 돌고 돌아 취업 준비를 하게 되었다. 나같이 뱅뱅 돌고 돌아가는 인생도 있으니 나보다 덜한 사람들에겐 위로가 되길 바란다.)

나도 앞으로 두 달의 인턴을 통해 정규직 채용이 되기 때문에 100% 평온한 마음으로 이 글을 쓰진 못하지만 나와 같은 길을 걷고 있을 구직자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을 전하기 위해 글을 남긴다.

앞선 세대들은 겪지 않았을 젊은 날의 잔혹한 암흑기 '취준생' 시절이지만, 어쩌겠는가.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고는 살아가지 못할 세상이다.

매일을 성실하게 임하되 자신을 짓누르고 갉아먹지 않으면 좋겠다. 때론 스스로 격려하며 맛집도 가끔 한 번은 가주길 권한다. 우린 그럴 권리가 있다. 지금까지만 해도 당신은 충분히 열심히 그리고 멋지게 살아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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