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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다올 May 30. 2017

어광 셰프의 우리맛 이야기

샘표의 우리맛 특강, Baroo LA의 어광 셰프편

셰프님의 성함을 들었을 때, '이거 실화임?' 느낌이었다. '어광이 실명인가?' 싶었던 것이다.


그렇다. 실명이 '어광'으로 외자의 성함을 갖고 계신다.



이분에 대한 이력은 인터넷에 찾아도 나오지 않아서 Baroo LA라는 식당을 운영하고 계시는 셰프님이라는 사실밖에는 모르고 갔다.


첫 시간과 두 번째 시간으로 나뉘는데 첫 시간에는 자신이 걸어온 길에 대한 이야기와 앞으로 어떤 고민을 하며 요리사로서 걸어갈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다. 어광 셰프님은 철학적인 고민을 항상 하고 계신 것 같았다. 요리사라는 직업도, 요리를 하는 행위도 자신의 존재 이유와 삶의 소명에 대한 고민과 항상 연결되었다. 먹는 걸 가장 즐거워했고 요리가 재밌었기 때문에 요리를 시작했고 지금도 그렇다고 하신다. 단순한 얘기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스물일곱 살아보니 단순하게 생각한 대로 사는 게 어이없게도 용기와 결단이 매우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점점 더.

그래서 어셰프님이 용기 있는 사람 같았다. Baroo LA라는 식당도 단순하게 외국에서 자신의 식당을 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하여 그의 생각과 같이 재밌는, 독창적인 음식으로 인정받는 LA의 식당에 이르게 되었다.


우리맛 특강이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특강에서 기대하지 않은 이야기 소재를 꺼내셨다. 세계적 자원 고갈의 이야기였다. 특히 인간이 먹고사는 식재료 말이다. 육류 소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지만 공급은 그와 비례하여 증가하지 못하기 때문에 육류 부족은 곧 닥쳐올 수 있는 일이고 따라서 예전부터 많은 요리사들이 채식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채소와 식물, 심지어 이제 곤충을 재료로 하여 음식을 만들어내는 주제에 관심을 가져야만 하는 때가 온 것이다. 나는 단순히 지금 만들어지는 음식만을 보고 먹어서 그런지 미래의 먹거리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고민한 적이 없었다. 이번 특강으로 새로운 호기심과 관심을 갖게 되었다.


어광 셰프님은 지금 절에 머물며 사찰음식에 대해 배우고 계신다고 한다. 그전까지는 본격적으로 한식을 배워보신 적도 없고 공부해보신 적도 없다고 하신다. 하지만, 자기 자신을 알아야 나아갈 방향을 알 수 있듯이, 요리사 또한 자신의 음식 뿌리를 알아야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고 독창적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 또한 알게 되기 때문에 한식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는 것이라고 한다.


한식, 우리맛, 우리 음식이 무엇이냐고 질문하셨을 때, 뭐라고 대답할지 고민하는데 머릿속에서 잘 정리되지 않았다. 어떤 특정 맛이 우리맛인가? 아니면 우리나라 조상 대대로 내려온 조리법, 숙성법 등이 우리맛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인가? 등등 오히려 스스로 더 질문을 하게 되었다.


Baroo LA의 메뉴는 온전히 한식이라고 할 수 있는 음식보다는 퓨전 음식이 대부분이다. 이날 강연 말미의 질문자 중 한 분께서도 셰프님은 온전한 한식을 요리하고 계신 것 같지 않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냐는 질문을 하셨다. 어광 셰프님 역시 우리맛 특강 강사 초청되셨고 우리맛 프로젝트의 멘토 중 한 분으로 참여하고 계시지만, 자신이 구현하고 있는 요리 방식이 완전히 한식적인 것은 아니기에 정체성에 대해서는 확실하지 않다고 인정하셨다. 사실 셰프님이 말주변이 좋신 편이 아니라고 느낀 것이 말씀은 계속하시는데 핵심금방 캐치하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내 나름대로 정리해보자면, 자신도 한식을 전문으로 하는 요리사는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독특한 발효 방식과 발효음식, 식재료를 활용하여 한식의 방식을 발전시켜가고자 노력하는 요리사 중 한 명이라고 말씀하고 싶으셨던 것 같다.


이날 시연하신 음식은 '누룩'이라는 메뉴와 캐롭 부트로 만든 볶음밥이었다. 들어가는 재료들을 셰프님이 직접 발효해보며 실험적으로 만드신다는 점에서 창의적이고 창의적이기 위해 노력하는 셰프라는 인상을 받았다. 캐롭 부트는 처음 듣는 식재료였는데, 음식 색깔도 그리 곱지 않아서 맛이 어떨지 궁금했다. 생각보다 감칠맛이 괜찮았다. 거부감 있는 맛이 아니었고 꽤 입맛을 돋우는 메뉴였다.

셰프님이 직접 만드신 천연조미료
누룩 메뉴를 만들고 계신다
비트주스를 넣어 붉은빛이 돈다
캐롭 부트 볶음밥


나는 우리나라 출신의 요리사들이 누구든지 한식을 바탕으로 요리해야만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자신의 취향대로 요리를 발전시켜나가는 것이고 그것이 곧 자신만의 색깔, 요리 정체성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한국에서 태어난 요리사가 이탈리아 음식이 아닌 한식을 한평생 먹고사는 환경인데, 그 입맛과 조리법을 포기하기엔 너무 아깝고 그것 또한 독창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좋은 재료라는 생각이다. 우리맛이, 우리나라의 조리법이 어떻게 해서든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bottom 라인이 아니라 top 라인의 음식으로도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는 식문화가 되길 바라본다.


(feat. 샘표의 푸짐한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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