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란 무엇일까요?

절밥에서 시작된 '행복 수업'

by 마린

나의 첫 템플스테이는 대구 동화사였다.
유독 기억에 남는 것은 절밥이었다.
고기 한 점 없이도 정신없이 한 그릇을 비웠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 절밥이 그리워, 이번 템플스테이에서는 ‘사찰 요리 만들기’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매번 절에 밥 먹으러 올 수는 없으니, 집에서도 만들어보겠다는 다짐으로.


기다리던 요리 시간, 수업이 시작되자 스님께서 물으셨다.

“행복의 조건이 뭘까요?”


요리를 배우러 왔는데 행복이라니, 조금 당황스러웠다.
스님은 사람이 행복을 느끼기 위해서는 여러 조건이있지만,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몸과 마음의 건강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그 건강은 우리가 평소에 먹는 음식에서 비롯된다고.


육식을 즐기는 사람은 ‘화’가 많고, 채식을 하는 사람은 마음의 파동이 적다고 하셨다.

결국 행복하기 위해서는 몸과 마음에 좋은 음식을 먹는 일이 중요하다는 뜻이었다.


그렇다면 좋은 음식이란 무엇일까.

스님은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기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셨다.

우리의 ‘기운’이 요리를 만드는 손에 있다는 것이다.
기분이 좋지 않을 때 만든 음식은 독약과도 같다고.
그럴 땐 차라리 요리를 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하셨다.
좋은 기분으로 만든 음식만이 좋은 기운을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제야 스님의 첫 인사가 떠올랐다.

“잠은 잘 주무셨어요? 절에서 좋은 기운 많이 받으셨어요?”

내가 “정말 잘 잤고, 좋은 기운 많이 받았어요.”라고 하자 스님은 환히 웃으며 “다행이네요.”라고 하셨다.


이어 스님은 제철 요리에 대해 말씀하셨다.

“제철 요리는 우리 몸에 꼭 필요한 것을 채워줍니다.
봄은 잎, 여름은 열매, 가을과 겨울은 뿌리입니다.”


오늘의 재료는 가을·겨울의 영양을 품은 우엉이었다. 곤드레밥, 우엉구이, 감자표고버섯조림.
세 가지 요리를 천천히, 느리게 만들며 나는 깨달았다.


오늘의 요리 수업은 사실 ‘행복수업’이었다는 것을.


좋은 곳을 찾아가고, 좋은 기운을 받고,
몸이 필요로 하는 제철 재료로 좋은 요리를 만들고,
자연이 준 것들에 감사하며 몸과 마음의 평온을 찾는 것.


결국 ‘알아차림’을 통해
내가 가지고 있는 것,

내가 하고 있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행복’ 이라는 결론에 닿았다.


나에게 행복은 '알아차림'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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