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1.05
겨울만 되면 우리 집에는 술 냄새가 진동한다.
어쩌면 앞집 부부는 이미 나를 ‘술 좋아하는 앞집 아가씨’로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쩔 수 없다. 냄비에 가득 담긴 저것은, 아무리 봐도 술이 맞으니까.
오늘도 집에 올 손님들을 위해
와인의 코르크 마개를 힘차게 뽑아내고 콸콸콸 술을 부었다.
레몬 하나를 슬라이스 하고, 사과도 비슷한 크기로 잘라 넣는다.
꿀과 시나몬 스틱, 팔각까지 더해
은근한 불에 20~30분 정도 끓이기 시작한다.
중간에 한 번 맛을 보고 당도를 조절한다.
이번에도 레몬이 조금 많았다.
꿀을 더 넣고, 다시 10분쯤 더 끓여본다.
올해도 뱅쇼를 끓이느라 와인 여러 병을 소진했다.
매년 들어오는 와인의 수만큼, 어김없이 뱅쇼를 만들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해가 거듭될수록 뱅쇼는 늘 부족하다.
나의 뱅쇼 실력만 일취월장으로 늘어난 탓이다.
레시피도, 계량도 없다.
대충 감으로 넣고 끓이다 보면 초호화 뱅쇼가 탄생한다. 사실 맛있는 게 당연할지도 모른다.
처음 뱅쇼를 끓이기 시작한 건 아주 사소한 이유였다.
술은 마시고 싶은데 알코올 분해 능력이 없었고,
술은 계속 들어오는데 마실 수는 없으니
내가 마실 수 있는 술로 만들어보기로 한 것이다.
분명 그런 시작이었는데,
이제는 나와 함께 뱅쇼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생겼다. 그래서 요즘은
곰솥을 하나 사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다가가오는 주말에는 가족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또
와인 하나를 그윽한 눈으로 쳐다본다.
곰솥은 아직 없지만, 와인은 늘 준비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