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혼을 위한 토마토 수프
최근 나를 가장 따뜻하게 위로하는 음식은 단연 토마토 수프다. 다른 말로는 굴라쉬.
굴라쉬는 러시아에 있을 때 처음 먹어본 음식이다. 고기와 채소가 듬뿍 들어간, 영양 가득한 수프. 추운 겨울, 굴라쉬 한 그릇이면 온몸이 서서히 녹아내리듯 데워졌다. 시베리아의 매서운 바람 속에서 나를 지켜주던 음식. 그 굴라쉬를 최근 요리 수업에서 다시 만났다. 선생님은 겨울에는 감기약보다 낫다며 꼭 만들어 먹으라고 하셨다. 그 말을 들은 뒤로 나는 이 수프를 자주 끓인다.
나를 위해서, 때로는 누군가를 위해서.
토마토 수프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토마토 페이스트에 여러 채소와 소고기를 넣고 천천히 끓이면 된다. 적당한 매운맛을 위해 베트남 고추를 두어 개 넣고, 월계수잎으로 향을 더한다. 좋아하는 버섯을 듬뿍 넣고, 어떤 날은 샐러리도 썰어 넣는다. 그렇게 보글보글, 토마토 수프가 익어가고 나를 둘러싼 온도도 천천히 부드러워진다.
으슬으슬 감기가 올 것 같을 때, 몸에 기운이 없을 때, 입맛이 사라질 때면 나는 어김없이 한 냄비를 끓인다. 따뜻한 수프 한 그릇을 천천히 비우고 나면 이마에 땀이 맺히고, 굳어 있던 몸이 풀린다. 감기약도, 비타민도 필요 없다. 이 수프 한 그릇이면 충분하다.
토마토 페이스트는 늘 집에 ‘대기 상태’. 가끔 사치를 부리고 싶은 날에는 한우 양지를 산다. 나를 위한 작은 선물처럼.
힘든 날,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요리.
나에게는 토마토 수프 한 그릇이면 충분하다.
오늘 이 밤에 토마토 수프를 끓이며 글을 써본다.
내일의 나를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