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어느 한 시기를 함께하는 인연을 ‘시절인연’이라고 한다. 이 인연들은 언제 어디서 만나게 될지, 또 어떤 이유로 멀어질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지나고 나서야 “아, 시절인연이었구나” 하고 깨닫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일들을 반복해서 겪다 보면 인간관계에 크게 연연하지 않게 되는 것 같다.
요리 수업을 처음 간 날부터 나와 같은 조였던 분이 계셨다. 나보다 한 계절 먼저 시작하셔서 이것저것 많이 알려주시고, 서툰 나를 기다려주시던 분이었다. 덕분에 나는 편안한 마음으로 수업에 참여할 수 있었다.
그분은 이번 겨울 학기를 끝으로 1년 과정을 마치고, 스스로 졸업을 선언하셨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지나며 다양한 요리를 배웠으니 이제는 혼자서 해보고 싶다고 하셨다. 마지막 수업 날, 모두에게 인사를 건네고 선생님께도 감사 인사를 전한 뒤 조용히 떠나셨다.
우리는 서로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 다만 매주 화요일 함께 요리를 했고, 음식을 맛보며 고민했고, 그렇게 매번 요리를 완성했다. 그 시간이 참 좋았다. 그래서 그분의 부재가 더 크게 느껴질 것 같다. 차분한 그분의 성향처럼, 인사를 나누고 떠나주셔서 오히려 감사했다. 많은 사람들은 말없이 수업 등록을 하지 않음으로써 부재를 알리곤 한다. 이번에는 “보고 싶을 것 같다”는 말을 건넬 수 있어서 좋았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끝맺음을 잘하지 못하니까.
다시 시작된 봄 학기. 오늘부터 느껴질 그분의 빈자리를 벌써 그리워하며 수업에 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또 다른 인연을 만났다.
정말 사람의 인연이란,
만남과 이별,
그리고 또 다른 만남의 반복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