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책을 두고두고 다시 보는 걸 좋아한다. 특히 내가 표시해둔 부분을 다시 읽는 걸 좋아한다. 그건 뭐랄까, 과거의 나와 만나는 것 같은데 특히 연필로 작게 적어놓은 내 생각들을 읽고 있으면 대화를 나누는 기분이 든다. 이처럼 나는 책을 깨끗하게 보는 편이 아니다. 포스트잇 붙이기, 연필로 메모하기, 줄 긋기 등으로 얼마나 이 책이 좋았는 지를 표현한다. 매 페이지마다 감탄이 나오는 책은 매 번 포스트잇을 붙임으로 애정을 표시했다.
언제부턴가 좋아하는 책이 하나둘씩 보이지 않게 되었다. 지인들에게 빌려주고 다시 돌아오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책이 많아도 나는 누구에게 어떤 책을 빌려줬는지 대부분 다 기억하고 있다. 그만큼 책에 대한 애정이 높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참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나의 소중한 책을 빌려가서는 왜 돌려주지 않는지. 사람마다 책 읽는 속도가 다르니 천천히 다 읽고 돌려주기를 바라며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다가 만난 문장이 있었다.
"당연히 지금도 나는 책을 산다. 그러나 그것을 다 읽고 나면 여행을 떠나 보낸다.
누군가에게 선물하거나 공공도서관에 기증하는 것이다.
책에는 그것 나름의 길이 있고, 꼼짝없이 책꽂이에 묶여 있게 해서는 안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의 책을 여행시키자. 다른 이들의 손에 닿고, 다른 이들의 눈이 즐길 수 있도록."
<흐르는 강물처럼>
이 문장을 읽은 뒤로 나는 누군가가 책을 빌려달라고 하면 여행을 보낸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나의 작은 방 안에만 있을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보기를 바라고, 내가 이 책을 읽고 느낀 감동을 다른 사람도 함께 느끼길 바라기로 했다. 정말 아끼는 책들을 제외하고는 100여 권의 책을 고향의 작은 도서관에 기부했다.
이처럼 책의 어떤 문장이 나의 생각을 더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키기도 한다. 언제나 나를 더 성장시킨다.
나의 집을 떠나 여행하는 내 책들이 어디선가 잘 있기를, 즐거운 여행이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