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모임에서 있었던 일이다.
책 이야기를 나누다 ‘죽음’에 대한 대화로 이어졌다.
그동안 책과 간접 경험을 통해 정리해온 내 생각을 한참 동안 이야기했다.
그리고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마주했다.
그 자리에는 장례지도사 한 분이 계셨고, 최근 가까운 이를 떠나보낸 분도 있었다.
나는 ‘이론으로 이해한 죽음’을 또박또박 설명하고 있었고,
그들은 ‘실제로 겪은 죽음’을 짧고 굵게 말했다.
그 간극이 나를 멈추게 했다.
문득 데미안의 문장이 떠올랐다.
“네가 표현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어.
하지만 그렇다면 너는 네가 생각한 모든 것을 실제로 경험하지 못했다는 것도 알고 있을 텐데,
그건 좋은 일이 아니야. 생각이란 경험하면서 살아갈 때만 가치가 있어.”
내 생각을 말한 것이 잘못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솔직히 조금 부끄러웠다.
항상 경험을 바탕으로 말하고 싶다고 생각해왔지만,
이 주제 앞에서 나는 결국 책 속 문장들로 단단해진 사람일 뿐이었다.
어쩌면 그 순간은
‘다시 겸손해지라’는 메시지였을지도 모른다.
나는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내 생각이 옳다는 확신의 뿌리를 조금씩 내려가고 있었던 건 아닐까.
그날의 나는,
부끄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