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의 초대를 받아 합창단 연주회를 다녀왔다. 아주 작은 홀에서 열린 이번 연주회는 봄의 시작을 알리는 고운 음색들로 가득했다.
합창단원들의 표정을 보는 게 즐거웠다. 가사마다 달라지는 표정, 떨리는 손가락, 그리고 눈빛.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연습하고 한 무대를 만들기 위해 보냈을 시간들을 떠올리니 그 모습이 더욱 멋지게 느껴졌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의 표정은 분명 다르다. 그래서인지 그들은 참 빛나 보였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나는 동전을 챙겨 코인노래방으로 향했다. 노래방을 평생 두려워하며 살아온 내가 이런 행동을 하게 된 건 작년의 변화 덕분이다. 큰 결심을 하고 보컬 레슨을 받았는데, 그 수업에서 배운 건 노래를 잘하는 방법이 아니었다. 목소리를 내는 법과 노래를 즐기는 법이었다.
그 뒤로 나는 종종 노래방에서 혼자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고, 어느새 그 시간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 되었다.
오늘은 합창단원들의 표정을 떠올리며 부르고 싶은 노래들을 하나씩 선곡했다. 어렵거나 힘든 곡, 남자 곡도 상관없다. 부르고 싶으면 그냥 부른다. 앉아서 부르는 건 용납할 수 없다. 서서 배에 힘을 주고 목청껏 부른다. 노래에 따라 춤도 춘다. 노래와 춤은 함께할 때 가장 즐거우니까.
가져간 동전들이 바닥을 보여 계좌이체로 시간을 더 충전했다. 더 이상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때까지 노래를 부르고 나니 기분이 무척 좋았다. 이런 내가 너무 기특하기까지 하다.
가끔은 이유 없이 내가 작아 보이고 무기력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꼭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 그런 날도 있는 것이다. 그런 나를 이해해 주는 것, 그리고 내가 나를 다시 웃게 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것. 그게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아진 나를 안아주기
움츠린 나를 일으켜 세우기
내 목소리로 당당하게 노래부르기
내가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다.
덕분에 목은 쉬어 버렸지만 거울 속 나는 웃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