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니 탈출한 날 ​

by 마린

초진이 3월이었으니 임플란트 하나를 마치기까지 11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이 시간이 의미하는 것은 그만큼 상태가 심각했다는 사실이다. 군것질을 좋아하고 아픈 것을 참고 넘기던 나쁜 습관은 결국 이를 하나 뽑아내고 인공물질을 심는 것으로 끝이 났다.

발치를 하고 수술을 하며 느꼈던 속상함과 염증을 모두 긁어낸 뒤의 후련함, 뼈가 자리를 잡아가는 시간을 기다리며 견뎌야 했던 날들, 그리고 마지막 크라운을 연결한 뒤의 안도감까지 참 많은 감정들이 지나갔다. 지금까지 들은 원장님 목소리 중 가장 톤이 높고 즐거워 보이는 순간을 마주하며, 환자 한 명의 치료가 끝날 때마다 의료진 역시 같은 마음으로 뿌듯함과 후련함을 느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술 직후 쓰러져 회복실에 누워 모두를 놀라게 했던 일과 생각보다 뼈 생성이 더뎌 초조하게 지켜보던 시간들, 뿌리 박는 과정이 두려워 두 번이나 취소했던 기억들이 차례로 스쳐 지나갔다. 분명 병원에서도 쉽지 않은 환자였을 테지만, 그럼에도 웃으면서 병원을 나올 수 있어서 그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새로운 이에 적응하고 잘 관리하는 일은 온전히 나의 몫이 되었고, 남아 있는 건강한 이들을 지켜내는 것이 앞으로의 분명한 목표가 되었다.

내가 아무리 다양한 경험을 좋아한다지만 이런 치료 경험을 원했던 것은 결코 아니었다. 그럼에도 지나고 보니 이것 역시 귀한 경험이 되었고, 어쩌다 보니 30대에 임플란트를 해본 유경험자가 되었다. 사실 30~40대에게 임플란트는 어딘가 틀니처럼 느껴지는 단어라 “내가 임플란트를 해야 한다고?”라는 당혹스러움과 부끄러움이 먼저 드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감정은 감정일 뿐, 현실적으로 다른 치료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의료진을 믿고 따라가는 수밖에 없었다.

최근 나는 나의 임플란트 수기를 기록하고 있다. 처음에는 그저 속상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였지만, 치료 과정과 단계별 경험을 최대한 자세히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료 과정은 말로 들으면 무척 간단해 보이지만 직접 겪어보면 전혀 다르고, 긴장과 불편함이 따르며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그래서 환자에게도 미리 준비하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고 느꼈다.

나는 이제 임플란트를 시작하며 매일 찾아보던 질문들에 답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고, 그 덕분에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경험을 필요로 하며, 진짜 겪어본 사람의 솔직한 후기를 간절히 찾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오늘 나는 드디어 뻥니를 탈출하고 함박웃음을 지을 수 있는 자신감을 되찾았고, 이 길었던 경험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게 되었다.

뻥니 대탈출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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