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버킷리스트 중 하나는 ‘헌혈’이다.
이게 과연 버킷리스트까지 갈 일인가 싶지만, 나에게는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벌써 몇 번이나 도전했지만 늘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유는 늘 같았다. 헤모글로빈 수치가 낮아 ‘빈혈’이라는 말과 함께 돌아서야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를 거라 믿었다.
식단도 신경 쓰고, 운동도 꾸준히 하고 있었기에
이번만큼은 당당하게 헌혈버스에 올랐다.
이번엔 꼭 성공하리라 마음먹고.
차례를 기다리며 몇 가지 질문을 받았다.
“최근에 건강검진 하셨어요?”
“해외여행 다녀오신 적 있나요?”
“복용 중인 약은요?”
“한 달 이내 문신이나 레이저 시술은요?”
모두 “아니요.”
2차 전자 문진을 통과하고
혈압 체크, 혈색소 측정까지 무사히 끝났다.
헤모글로빈 수치가 좋다며 이번에는 가능하다고 했다.
근 10년 만에 듣는 말이었다.
드디어, 허락을 받은 기분이었다.
그
런
데.
“최근에 수술이나 치과 치료는 없으셨죠?”
“임플란트도 해당되나요?”
“임플란트 후 한 달이 지나야 가능해요.”
그렇다.
나는 아직 임플란트 치료 중이다.
작년 봄에 시작한 치료는 생각보다 길어졌고,
1월 초에야 뿌리 식립을 마쳤다.
마무리는 2월 초 예정.
결론적으로 이번에도 헌혈은 불가능했다.
“3주 지났는데도 안 될까요…”
“헌혈하고 싶어서요.”
아쉬움을 조금 보태 질척이다가
결국 터덜터덜 버스를 내려왔다.
환자들에게 안전한 혈액을 공급하기 위해
지켜야 할 기준이라는 걸 알기에
조금은 속상했고, 울적했다.
사람들은 알고 있을까.
‘헌혈을 할 수 있는 몸’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내가 건강하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외할아버지가 많이 편찮으셨을 때도,
친구의 아버지가 위독하셨을 때도,
급하게 헌혈증을 구해야 했던 순간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사실이
유난히 마음을 아프게 했다.
부디 올해는
헌혈증을 들고 집으로 돌아오고 싶다.
건강을 회복했다는 증거로,
그리고 그 건강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