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사우나를 한다, 우리가

by 마린

우리는 같이 이 삶을 즐기고 있다.


우연히 인연이 되어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된 우리는

서로 다른 도시에 살면서도 서로의 도시를 오가며 자주 만난다.

소유보다는 경험을 더 좋아하는 취향이 닮아

여러 곳을 함께 다니며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


첫 여행이 뉴질랜드였으니,

이미 우리는 서로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이였다.


우리는 만나면 늘 밤늦도록 돌아다녔다.

모든 에너지가 다 소진되고 나서야 집으로 들어가곤 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해 질 무렵이면 집으로 돌아와

파자마를 입고 편하게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 아침,

그 변화가 또렷하게 느껴졌다.


느린 아침을 시작해

세수도 하지 않은 채 사우나로 향했다.


습식 사우나와 건식 사우나, 냉탕을 오가며 시간을 보내고

사우나 안에서 TV를 보며 한참을 또 웃었다.


예전 같았으면

머리를 말리고, 화장을 하고,

브런치를 먹으러 가거나 근교로 나갔을 텐데


이제는 사우나를 한다, 우리가.


이 변화가 어쩐지 재밌었다.

그리고 이렇게 함께 나이 들어가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대와 30대의 우리,

그리고 앞으로의 시간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모르지만


이렇게 시간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사실이

문득 참 감사하게 느껴졌다.


사우나 친구 하나 있으면,

세상을 다 가진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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