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유난히 길을 묻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상하리만큼, 계속해서.
엘리베이터 안에서 안과가 있는 층수를 물어보던 아저씨,
길 위에서 백화점 휴무를 묻던 아주머니.
버스 노선을 물어보는 할머니,
나는 그때마다 잠깐 멈춰 서서,
아는 만큼을 알려드렸다.
작은 도움들,
몇 초면 끝나는 대화, 금방 잊힐 장면들이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에 남는다.
왜 하필 나였을까.
그날 그곳에서 폰을 보지 않고
사람의 얼굴을 보며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으로
유일한 존재였던 나.
그날의 나는 여러 사람들의 ‘지나가는 이정표’ 같은 존재였던 것 같다.
잠시 방향을 알려주고,
잠깐 스쳐 지나가지만
누군가에게는 작은 도움이 되는 존재.
핸드폰 속 세상이 아니라,
진짜 세상 속에 서 있던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