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리터의 정리, 마음의 정리

by 마린

집을 둘러보면, 요즘의 내 일상이 한눈에 보인다.

자기 자리를 잃어버린 물건들,

쌓여 있는 컵들.

그 모습을 마주하면

나는 내 마음 상태를 점검해 본다.

그리고 스케줄을 조금 줄여야겠다고 생각한다.

나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 채

무리하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토요일 오전, 예정되어 있던 일정을 취소했다.

그리고 하루를 온전히 비워

청소에 쏟아 넣었다.

마음의 때를 벗겨내듯,

오래되고 묵은 짐들을 하나씩 꺼내 버렸다.

흩어져 있던 물건들에 자리를 찾아주고,

냉장고를 열어 기한이 지난 재료들도 정리했다.

옷 행거 하나를 비워내고,

입지 않는 옷과 가방, 신발까지 정리했다.

50리터 봉투를 가득 채우며

지난날의 것들을 내려놓았다.

버리고 나서야 알았다.

쌓여 있던 건 물건만이 아니었다는 걸.

미뤄두었던 마음과 시간들도

그 안에 함께 쌓여 있었다는 걸.

그래서인지,

지금의 나와 맞지 않는 것들을 비워내는 일이

전보다 훨씬 쉬워졌다.

두 번째 20대를 보내고 있는 지금,

조금은 다른 모습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나와 어울리는 것들로

다시 채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