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을 먹기 시작하면서
제대로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마트에 가서 재료를 고르고,
깨끗하게 손질을 하고, 불 앞에 서서 요리를 한다.
파뿌리와 무, 버섯을 넣어 천천히 끓인 야채수와
다시마를 우린 육수를 따로 준비한다.
밥은 집에서 부모님이 농사지은 쌀과 현미를 섞어 짓는다.
물은 보리와 옥수수를 볶아 끓여 마신다.
매주 화요일에는
퇴근하자마자 앞치마를 입고 요리 수업을 듣는다.
제철 요리를 벌써 9개월째 배우고 있다.
누군가는 물었다.
자격증을 준비하는 거냐고.
또 누군가는 말했다.
그럴 여유가 있어서 좋겠다고.
이게 정말 ‘여유’일까.
오랜 자취 생활로
내 몸은 안에서부터 조금씩 건강을 잃어왔다.
몇 년 전부터 염증으로 인한 문제가 생겼고,
운동이나 약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때 처음으로,
먹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했다.
나는 제대로 살고 싶어서
요리를 시작했다.
이렇게 사람마다
자기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는 순간이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