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봄이 차려진 날

봄나물 오마카세

by 마린


얼마 전, 초대를 받아 지인 부부의 집을 찾았다.

집에 봄나물이 많아 문득 내가 떠올랐다고 했다.


눈앞에 작은 봄이 차려져 있었다.

봄나물로 가득한 한 상.


어릴 적부터 보약이라며 먹어온

이른 봄의 나물들—

달래, 냉이, 쑥, 부추, 두릅, 은개나물.


겨울을 지나 처음 올라온 이 나물들은

연하고 부드럽고, 향도 은은하다.


그 한 상을 마주하고 앉아

몸보다 먼저 마음이 채워졌다.


나를 떠올려 준비해준 시간과 마음,

그 자리에 함께한 인연들 덕분에

발끝까지 잔잔하게 온기가 번졌다.


이 기분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

아마도, 사랑에 가장 가까운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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