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n B
제주에 와서 도민이 된 지 일년이 넘었다.
어릴때 부터 난 그게 뭐든 빨리 익히는 사람은 아니었기에 자라면서 보완책으로 터득한 것은 “무모하게 시작하고 오래 하는 것” 이었다. 내가 소질이 있다고 얘길 들었던 거의 모든 것들은 그들은 모르는 나만의 내공을 닦는 시간이 필요했다는걸 그들은 모른다.
제주에 내려가야 했다.
must do.
그 이유를 대려니 '갑자기 왜 구차하지?' 란 생각에 후에 안 구차하다고 생각할 때 여기에 써봐야 겠다.
태어나고 자란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부터 강남구 반포동이 서초구 반포동이 되기 전(88년) 부터 최근 사당역 근처까지가 내 서울 연혁의 근거지이다. 눈 감고도 다닐 만큼 길도 그 변천사도 기억에 훤한 그런 동네.
고터에서 반포를 거쳐 사당역이면 걸어서 6킬로이다. 비교적 가까운 거리의 생활권 안에서 거의 평생 살아 온 셈이다.
돈은 어쨌든 서울서 벌기에 (현재도) 난 월 평균 4회 매주 서울 - 제주를 오가고 있다.
누군가들은 부럽다고들 할텐데 먼저 밝혔듯 난 무모해서 사실 이 곳에 아는 이가 한 명도 없는데 살러 온 것이다.
누가 오라고 구미 당기는 제안을 한 것도 아니고 귀농, 귀촌의 뜻이 있던것은 더더욱 아니다.
여행삼아 2년에 걸쳐 제주를 시계 방향으로 한 바퀴 돌고 숙소를 바꿔가며 묵었다.
그리고 난 제주공항을 시계방향으로 12시로 하면 6:30분 언저리의 서귀포가 내 취향에 맞는 제주였기에 이 곳을 근거지로 삼기로 했다.
매우 무모했다.
집을 구하는 것도 남달랐고 이사를 올 때 신구간이란걸 지키라는 집주인의 말도 무슨 뜻인지 몰랐으니 말이다.
다만 난 학습적으로 난 이래야만 남만큼은 겨우 할 수 있단 생각은 있었기에 '내가 또 그러려니..' 하는 정도로 받아 낼 내성이 다행히 있다.
가끔 지인들이 제주로 찾아오면 싱싱한 회 그런거 얘길 한다.
사실 나포함 내가 아는 도민들은 이마트에서 사다 먹는다.
나도 육지에서 손님이 찾아오면 그때서야 횟집엘 간다.
그래 어느새 부지불식 이 정도 먹거리,볼거리에 설렘없는 제주 도민은 된 것은 맞는 것 같다.
서귀포 집도 스세권이라 서울살이 할 때랑 크게 차이가 없다.
나일 먹어감에 막상 서울 살아도 내 생활반경은 점점 줄어들어 한계가 명확해 지기에 서귀포 산다고 해서 서울 같은 대도시가 아니라 뭘 못하고 있다는 느낌은 없다.
뭐 어려서 그리고 젊어서 잘 돌아다니고 살아서 기대도 없고 원이 없어서 인지도 모른다.
[ ※ 활동반경이 줄어든 것은 호기심이 없어져 피곤함대비 효율을 생각하고 움직이기 때문 일 수도 있다.]
일단 왔으니 내 땅과 집 그리고 내 스튜디오를 가져야 하는데 저 세가지가 합쳐진 형태여야 하겠지라고 천만번쯤 생각한다. 비행기안에서도 공항에서도 버스안에서도 일하다가도.
오늘은 곡 쓰다 말고 부동산 임장을 다녀왔다.
뒷 일은 은행과 협의하도록 하고란 막연한 새로운 무모함을 장착한 채 제주의 내 자가용 50cc 마시리와 함께 서귀포 일대를 달렸다.
모든 일에 plan A를 세우지만 난 plan B 더나아가 plan C, D를 할 거라는 생각도 이미 하고 있다.
누구나 그럴까?
그나저나 브런치 오랜만인데….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