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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ing

긍정적이라 여기다.

by eyanst
멀리 사과마크 선명한 컴퓨터 본체가 보인다.

퇴근해서 집에서 사용하던 컴퓨터는 나의 해킨토시.

케이스도 오리지널 맥 G5 케이스인지라 난 이 녀석 외관도 맥 커스텀화 된 게 참 좋았다.


겉과 속이 다른 해킨토시 내부

그러나 이젠 해킨토시가 아닌 그냥 윈도 7 운영체제의 피씨이다.

오래된 맥 오에스라 해킨으로 오에스 업그레이드를 자력으로 해보려 했으나 귀찮았다.

(솔직히 말해 어려운 걸 하기 싫었다.) - 부정적.


하루 종일 10시간가량을 지하 스튜디오에 살고 있는 나는 화장실이 1층이라 화장실 갈 때 하늘을 본다는 생각으로 1층으로 오르는 계단을 별생각 없이 20년 가까이 오르내리고 있다.

귀찮았었다 가끔은.

근데 바쁠 땐 바쁜 게 감사해 귀찮은 거 모르겠고 사다리 비슷하게 가파른 계단을 뛰어서 잘도 내려온다. - 긍정적



오늘 그 해킨토시를 3년 전에 후배 녀석이 전원 스위치를 건드려 망가진 덕분에 전원을 켤 때마다 본 체를 열어서 전원부 뒤를 손으로 받치고 앞 면의 전원을 눌러야 전원을 켜던 것을 고쳤다.

첫 마음으로 고칠 장비는 간단히 글루건으로 하고 싶었다.

밤 11시가 넘어 돌아온 어제저녁.

밤 늦은게 일상이라 그러려니 하는 시간이지만 막상 정밀하게 신경 쓸 일을 하려니 피곤했고 아침에 하자 미뤄두었다. - 부정적

콩만큼 탄 저 자리가 내 부주의함이라 싫었다.


아침에 8시 30분에 일어나 글루건을 들고 시작했다.

일어나 내려 마신 커피에도 잠이 덜 깼는지 입에선 '피곤하다...'가 저절로 나왔다.

피곤함은 역시, 전원부에 붙은 얇은 전선이 끊어졌다.

글루건을 하기엔 본체 전원부 부분이 너무 비좁다. 갑자기 그 후배 녀석 이름이 욕과 함께 떠오르고 3년간 전원이 날 괴롭힌 불편했던 기억에 황망함이 겹쳐 일단 그냥 두고 출근했었다. - 부정

케이븛이 아주 얇다. 3년을 불편함을 참고 썼었다.

퇴근을 밤 9시 반쯤 했다.

평소보다 이르다. - 긍정(?)적

집 근처 노브랜드에서 급하게 장도 보고 밥도 해 먹고 샤워하고 '월 플라워스'의 음악을 틀고 일터에서 챙겨 온 인두기를 들었다. 글루건에서 장비추가.


근데 앞이 안보였다.

매일 하얀 컴퓨터 모니터를 보아서 밤이면 밝은 모든 것이 흐리게 보이는 줄 알았다.

노안? 에이..... 이거 에이징.

그러나 어찌어찌 납땜 성공. - 긍정적

땜자리에 신경 쓰느라 내려 놓은 인두기는 전/월세집인 이 집 데코타일 바닥을 콩만큼 태워먹고 난 또 부주의함에 자괴감에 빠졌다.

하지만 이 글을 쓰며 달랜다. - 긍정적



성격도 에이징이 되나?

스피커도 악기도 에이징 되는데 그럼 좋아지는데 나는 좋아졌나?

내 눈만 나빠진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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