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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낸다는 거

3년간의 나와의 약속

by eyanst

원고 의뢰



2015년 추석 무렵인가에 출판사에게 음악 관련 책을 써달라는 의뢰를 받고 이 책을 썼다.

99FC23345AFD48D609.jpg 내 브런치에 내 책 자랑은 걸맞는 주제는 아닌듯 하나 그래도 이건 내 브런치니까.


언젠가엔 나도 책을 한번 써보고 싶단 생각을 안 한 건 아니지만 그 생각이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책을 써보라는 출판사의 권유에 어쩌면 자연스럽게 나는 '그러겠노라'라고 계약서를 썼다.

그리고 2년 8개월간을 썼다.

솔직히 매일 쓴 책은 아니지만 책을 쓰지 않던 날에도 마음속엔 이 책을 써야 한다는 생각으로 늘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곤 책을 쓰면서 '다시는 책 따위는 쓰지 않겠어'라고 스스로 다짐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책의 진행 상황을 묻는 출판사 전화를 일부러 안 받기도 수차례.

책을 쓰는 상황에 내 일신상의 변화도 있었고 마음 아프거나 힘든 일도 있었기에 더 할 수가 없었던 적도 있었다.

그럴 때는 '다 지나간다.'라는 경험에서 오는 '긍정적인 체념'의 확신으로 '곧 다시 쓸거야 나는' 이란 생각은 있었다. 여하튼 책은 5월 15일 스승의 날에 출판되었고 나오자마자 이다음 버전의 프로그램이 나와서 좀 당황했지만 어차피 나는 이 책을 '프로그램 매뉴얼'을 쓴 게 아니기에 그건 사실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아니 어쩌면 많겠지.




팔로우 미디 바이 스튜디오 원


작곡을 하고 싶거나 그러려면 미디 음악을 해야 하겠거나 하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쓴다고 썼지만 그래도 다 담을 수 없었던 나의 노하우나 팁들은 어쩌면 쓰게 될 다음 책에서 언급했으면 한다.

미국 프리소너스사의 스튜디오 원으로 하는 작곡 , 믹싱 공부.

이 '팔로우 미디' 책의 로그 라인(?)이다.

스튜디오 원은 로직이나 큐베이스에 비해 유저가 적지만 그건 가장 최신에 나온 젊은 프로그램이기 때문이고 그래서인지 많은 편의성이 반영된 프로그램이라 음악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가장 권하고 싶은 툴이기도 했다.

나 역시 20년 동안 이 바닥 일을 하면서 4년 전 스튜디오 원으로 갈아 탄 이후 후회한 적이 없었다.

그 저 툴(TOOL) 일 뿐이긴 하지만 도구가 좋아서 두번 시도 할 일을 한번 시도에 끝내 준다면 좋은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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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갈 수 없는 음악이론' '팔로우 미디' '믹싱' '마스터링' 섹션 등 총 8개의 섹션으로 이뤄진 구성이다.

표지 빼고 688페이지니 제법 두껍긴 두껍다. 출판사 대표님과 논의 끝에 전면 컬러 인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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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넘기면 두 가지 감정이 든다.

'아... 참 힘들었었다'와 '내가 썼지만 책 내용이 괜찮네'


안다.

이건 그저 나에게 주는 '말 보상' 일 뿐이다.



책을 낸다는 거



소설이나 시 혹은 수필 등등의 글을 써보고 싶었지만 어쩌다 보니 학습서.

인생에서 스트라이크를 던지고 싶은데 바깥쪽으로 빠지는 볼을 던지게 되는 경우는 한두 번이 아니다.

어릴 땐 그게 참 슬픈 일이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다 커보니 포수가 포구 가능한 위치로 던지고 있는 내가 참 다행이다 싶다.

포수도 못 잡을 만큼 빠지는 공을 던지는 삶도 주변에서 간혹 볼 수 있었다.

학습서이면 어떻고 교양서나 인문학 책이 아님은 어떤가?

1년간 커피 잡지에 커피 관련 에세이를 쓴 적은 있었다.

커피 인도 아니면서 머피와 연관된 글을 1년간 쓴단게 보통 일은 아니었다.

그래도 한 달에 한번 쓰던 그 일은 3년간 기약 없는 나와의 약속을 지켜내는 일에 비해 쉬운 편이 었던 것 같다. 나는 일단 나를 이겨낸 3년간의 여정이 그저 기특하다.




책은 낸다는 거

보통 일이 아님을 이번에 정말 뼈저리게 느꼈다.

근데 "산모가 아이를 낳는 고통을 잊고 둘째를 낳을 수 있는 용기"라는 대목을 어디선가 읽은 적 있었는데 그렇게 힘들었음에도 두번째 책을 써볼까 하는 현재의 내 마음은 무엇인지 내가 참 가볍고 우습기도 하다.


'팔로우 미디 / Follow midi'

나의 첫 저서를 음악 작곡 혹은 믹싱에 관심 있는 분들이 읽어 주셨으면 좋겠다.

끝으로 또

책을 낸다는 거.. 어쩌면 내겐 중독이 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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