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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지 = 본거지?

스며듦

by eyanst

대부분의 경우 근거지와 본거지가 같을 것이다.

사실 50년가량 살아온 난 내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자기가 살던 곳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를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그런데 정말 생각보다 많이 자기가 살던 곳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거나 계속 살던 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근거지는 내 세력의 근간이 되는 곳이겠고 본거지는 원래 내가 있던 거주하던 익숙한 곳이란 의미일 텐데 사실 이 두 가지는 비슷한 듯 다르긴 하지만 아마 이 두 가지가 변하지 않은 사람이 많기 때문에 구별 없이 쓰이는 것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로 나는 내 본거지 서울을 떠나서 제주를 근거지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 근데 근거지를 만들려면 세력이 있어야 하는데. 타향에서 근거지를 만들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지금도 겪고 있고 아마도 내가 본거지를 제주도로 완전히 옮겼을 때 여기를 근거지로 계속하려는 시도는 죽을 때까지 계속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


너무 갑자기 확 다가가면 그들은 놀라고 거부감을 드러낼 것이고 반대로 내가 위축되면 또 나를 만만하게 보기도 한다.

제주 생활 5년 차에 느끼는 것은 제주 사람들도 육지에서 온 나를 더 좋아해 주고 더 인정해 주고 더 경계한다. 이게 참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은 말이긴 하지만 사실이다.. 나는 그들에게 처음엔 저도 지금 제주도 사람이 되려고 노력 중입니다.라는 것을 어필하려고 했고. 그들의 일 원이 되기를 바랐다. 그러나 지금은 느끼는 것은. 절대 나는 그렇게 될 수가 없고 그렇게 될 필요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내가 그래야지 여기서 존재의 의미가 생긴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제주도 사람이 아니고 서울 사람입니다.

저도 섬에서 태어나긴 했어요라고 말하면 어디요?라고 묻는 사람도 있고 조금 재치 있는 사람은 여의도예요? 묻는 사람도 있었다. 아니요 제 고향은. ‘뚝도‘입니다.라고 말하면 아하. 한다. 정말로 내 할아버지와 큰 집이 있던 본적지는 뚝도 시장 근처이기 때문이다..

성동구 성수동.

거기엔 내가 아주 어렸을 때 지금은 과천으로 옮긴 경마장이 있었다. 난 경마장에 들어가 본 적도 없고 잘 기억도 안 나지만 우리 큰 집이 경마장에서 큰돈을 잃었다. 사실 큰 집 대문 앞에서 보면 경마장 입구가 보였으니까 할아버지는 얼마나 거기 가 보고 싶으셨을까?


제주도에 이사 가서 가장 좋은 게 뭐냐라고 사람들이 물으면 나는 항상 빠짐없이 대답하는 게 ‘인간관계가 새로 정리되는 느낌입니다’이다.

그런데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외지인이 50% 정도 되는 곳이다 보니 이방인 같은 느낌은 상당히 덜 들지만 정말 알짜배기가 되는 정보나 인간관계는 제주도민들이 살고 있는 곳으로 들어가야 가능한 것 같다.

나는 언젠가는 그래야지라고 생각을 하고 있어도 아직 그럴 마음은 없다. 이유는 아직 나는 비행기를 많이 타야 하고 제주공항을 가는 것이 불편한 순간 나는 제주도에서 더 이상 살 수가 없기 때문이다. 제주 공항을 가기가 편한 곳은 아무래도 외지인이 많이 살고 있는 내가 살고 있는 이 동네이다.


스며들어서 자연스럽게 녹아 내려서 그들에게 방어기제를 작동하게 하고 싶지 않은 데 주변 사람들 말로는 나라는 사람의 존재감이 상당하기에 스며들기는 어려울 것이다.라고들 말한다..


그나저나 이런 생각은 5년이나 지난 다음에 드는 생각이고 그냥 매일매일 살다 보면 제주도나 서울이나 사람 사는 것은 똑같더라.

그리고 분명히 제주도는 적어도 나에겐 서울보다 살기가 훨씬 좋은 곳이었다. 딱 한 가지 만만 빼고.

내가 돈을 벌고 살 수 있는 직업과 인프라가 없다.

그렇다면 ‘99% 가 좋은데 1% 가 안 좋다’ 였어도 결국은 안 좋은 게 돼 버린다.


아직 나는 현역이고 이루고 싶은 것이 있어서 그렇겠지라고 생각할 때가 많다.

결론은 제주도는 살아 보니 서울 촌놈 입장에서 보기에 살기 좋은 곳이 맞다. 단 잘 스며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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