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Rooney Mara and Joaquin Phoenix
[저자 소개] ; 루니 마라 (Rooney Mara)는 1985년 미국 뉴욕 태생의 배우입니다. 심리 스릴러 영화로 유명한 데이비드 핀처 (David Fincher) 감독의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The Girl with the Dragon Tattoo, 2011)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고, 이후 케이트 블란쳇 (Cate Blanchett)과 함께한 영화 캐롤 (Carol, 2015)로 또다시 평단의 찬사를 받았습니다. 두 작품으로 각각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여담이지만, 루니 마라는 미식축구 팀 창립 가문 출신입니다. 어머니 가족은 피츠버그 스틸러스 (Pittsburgh Steelers) 팀을 창립하였고, 아버지 가족은 뉴욕 자이언츠 (New York Giants) 팀을 창립하였습니다. 루니 마라의 언니 케이트 마라 (Kate Mara)도 배우입니다. 한편, 그녀의 남편이자, 영화 조커 (Joker, 2019)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호아킨 피닉스 (Joaquin Phoenix)는 우리에게 더 잘 알려진 할리우드 명사입니다.
이 둘은 영화 그녀 (Her, 2013)를 통해 처음 만났으며, 이후 친구로 지내다가 영화 막달라 마리아: 부활의 증인 (Mary Magdalene, 2018)을 통해 연인으로 발전했습니다. 그들은 2019년 약혼했고, 2020년 첫 아이를 맞이했습니다. 출산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둘은 피플 (People) 매거진에 한 기고문을 실었습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무관용> 이민 정책의 일환으로 실시된 이른바 “가족 분리 (family separation)” 정책을 비판하는 글이었습니다. 해당 정책은 불법 이민을 하는 가족이 적발되면, 그 즉시 국경에서 부모와 자녀들을 강제로 떼어놓는 비인도적 정책이었는데, 2018년 5월 공식 발표 한 달 만에 국내외 거센 비판을 이기지 못하고 폐지되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공식 발표 전후로도 비공식적인 가족 분리가 계속 실시되었고, 이에 수많은 아이들이 부모를 찾지 못한 채 방치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본 문제에 대한 루니 마라, 호아킨 피닉스 부부의 생각을 살펴봅시다.
지난주, 저희는 미국 국경 경비대 (USBP, United States Border Patrol)에 의해 부모와 생이별하게 된 545명의 아이들이 여전히 부모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545명”이라는 숫자는 너무 많아서 사실 충격적이었고, 믿기 어려웠습니다.
지난 2018년, 미국 연방지방법원 (U.S. District Court)이 트럼프 행정부의 가족 분리 (family separation) 정책을 불법이라고 판결하였는데도, 그로부터 2년이나 지난 지금, 여전히 그 정책의 잔재가 남아 있어 수많은 부모와 자녀들이 고통받을 수밖에 없는 이 현실에 화가 날 뿐입니다.
2020년 8월, 저희도 부모가 되었습니다. 누군가가 강제로 우리 아이를 데려가서 볼 수 없다고 상상을 하니, 그렇게 상상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견딜 수 없는 느낌입니다. 수년은커녕, 단 하루도 견딜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상상만 해도 견딜 수 없는 고통을, 바로 그 545명의 아이들과 부모가 겪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미국인으로서, 그들이 겪는 역경에 꾸준히 주의를 기울이고, 그들이 아직도 생이별 상태에 있는 이유를 알 책임이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가족 분리 정책, 즉 국경에서 부모와 자녀들을 강제로 떼어놓는 정책은, 원래 일종의 억제책으로 강구되었습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그렇게 강력한 정책을 내세우면, 애초에 불법 이민 시도 자체를 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했던 것이죠. 그런데 그 정책의 제재를 받은 사람들의 다수는 망명 신청자 (asylum-seeker, 본국의 위험 때문에 국제적 비호를 요청한 사람) 가족이었습니다. 우리는 그들의 자녀들을 강제로 빼앗으며, 그와 비슷한 시도를 하려는 이들에게 너희도 이렇게 되고 싶냐며, 일종의 경고 메시지를 날린 것입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가족 분리 정책은 때때로 5살 미만의 자녀들을 부모로부터 강제로 떼어놓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고, 심지어는 1살 미만의 아기들과 부모를 억지로 갈라놓는 것을 뜻하기도 했습니다. 우리 모두는 일전에 유출된 한 녹음 파일을 통해 미국 관세국경보호청 (U.S. Customs and Border Protection)에 있었던 몇몇 아이들이 부모와 떨어지지 않기 위해 울부짖었던 소리를 기억하고 있을 것입니다.
미국 시민자유연맹 (ACLU, American Civil Liberties Union)은 트럼프 행정부의 가족 분리 정책에 대한 소송을 진행했고, 2018년 늦은 여름까지 그 정책 대부분을 중단하라는 법원 명령을 받아 냄으로써, 해당 소송에서 승리한 바 있습니다. 당시 법원에서는 미국 정부가 강제 분리된 부모들의 명단을 미국 시민자유연맹에 넘겨서, 연맹 파트너들이 그 부모들을 추적해서 자녀들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에 미국 정부는 “마지못해” 부모들의 명단을 제출했는데, 그 명단은 무려 2,700명 이상의 자녀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가족 분리 정책으로 인해 부모와 생이별했음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러나 6개월 이상이 지난 뒤, 미국 보건복지부 감찰국의 한 내부 고발 보고서에서는 “2,700명”도 정확한 숫자가 아니며, 실제 숫자는 그보다 훨씬 더 많다고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실제로는 트럼프 행정부의 가족 분리 정책이 비공식적으로 시행되었던 지난 2017년도와 2018년 초에 수천 명 이상이 이미 강제 분리되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아이들의 존재는 미국 정부 편에 선 변호사들에 의해 철저히 은폐되었습니다. 그들이 왜 그렇게 했는지는 이해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강제 분리 후 부모들은 본국으로 추방되고, 자녀들은 미국에 남습니다. 본국으로 강제 추방된 부모들은 미국 정부의 의도에 따라 다음 메시지를 전파하기를 기대받습니다: “만약 당신들이 미국으로 불법 이민을 오게 된다면, 당신들의 자녀는 우리가 데려갈 것입니다. 그러니까, 절대 오지 마세요.”
이민 단체들과 관련 변호사들이 강제 분리된 부모들을 찾기 위해 중앙아메리카 (Central America)를 가로지르며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여전히 수백 명은 실종 상태입니다. 그 부모들 중 일부는 갱단 혹은, 다른 형태의 폭력을 피해 도망치고 있던 와중이었는데, 이제 그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부모와 생이별한 채 홀로 남겨진 아이들은 평생 그 고통을 갖고 가야 합니다. 아동 심리학자들은 아주 잠시 동안만 부모로부터 강제로 떼어놔도, 그 자녀들은 회복 불가능한 감정적 상처를 입을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자녀들의 일부는, 이제 막 걸음마를 배우는 아기이거나, 열 번째 생일에도 도달하지 않은 어린이입니다. 그들이 우리나라에서 겪었을 고통을 생각하면, 우리 가슴은 미어지는 듯합니다.
사실 트럼프 행정부는 이토록 잔인한 가족 분리 정책 말고도, 아이들을 괴롭히는 또 다른 이민 정책을 실시한 바 있습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CDC,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의 권고에 반하여, 정부는 코로나 팬데믹을 명분 삼아, 거의 모든 사람들이 남쪽 국경에서 망명을 주장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을 정당화했습니다. 그 “거의 모든 사람들” 중에는, 본국에서의 위험을 피해 도망친 “동행자 없는” 아이들도 포함되었습니다. 미국의 온라인 탐사 보도 매체 프로퍼블리카 (ProPublica)에 따르면, 그 아이들 중 다수는 이민 전문 변호사들의 눈을 피해 국경 지역에 있는 호텔에 비밀리에 머물게 되고, 법정에서 판사를 보고 소명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재빨리 본국의 집으로 보내진다고 합니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원하는 나라인가요? 이것이 우리의 가치인가요? 저희 아들이 나중에 커서 지금 이 시간에 대해 물어본다면, 저희는 설명해 줄 때 기분이 어떨까요? 더 나아가, 저희가 그렇게 겁먹고 무방비 상태였던 아이들을, 또 어쩌면 다시는 부모를 볼 수 없었던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 주었는지 물어본다면, 저희는 설명해 줄 때 기분이 어떨까요? 저희 부부는 소망합니다. 국가의 품격을 위해서, 미국은 그 아이들이 겪어야 했던 끔찍한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분명하게 시정했고, 우리 리더들이 그 아이들의 실종된 부모들을 찾는 데 전력을 다하도록 요구했다고 말할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