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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금나비 Nov 01. 2024

감기 걸린 날도 마라탕

어제 열이 38도가 넘고 어지럽다고 해서 병원에 가서 진찰받고 사흘 치 약을 받아왔다. 학교에 가면 친구들에게 옮길까 봐 오늘은 막내에게 가지 말고 집에 있으라고 했다.

식판에 따로 밥을 챙겨줘서 막내는 아침을 먹고, 약도 먹었다. 여느 때와 다르게 이번 감기는 빠르게 회복되는 것 같았다. 식구들 감기 옮긴다고 거실에 나오지 말라고 해도 나와서는,

"엄마, 마라탕 사줘! 이번 달 마라탕 먹어야지."

한다.


"감기 걸린 애가 열 더 오르면 어떡해!"

"나 열 내렸어!"

"37도 밑으로 내려가야 돼. 아니, 36.5도 정상으로 내려가면 사줄게."

"진짜지?"

"그래."

막내는 귀체온계를 가져왔다.

"엄마, 마라탕 사줘야겠다! 나, 정확히 36.5도야!"

"너, 다른데 재고서 엄마한테 보여주려고 하는 거 아니야?"

"아니래도, 봐봐!"

막내는 직접 귀에 대고 체온을 재더니, 체온계 숫자를 들이민다.

"자, 36.5도 맞지? 그러니까, 마라탕 사줘."

'아, 약 다 먹으면 사준다고 할걸.'

빼도 박도 못하고 나는 마라탕을 사주고 말았다.


"엄마, 내가 사 온 주걱 있지? 그거 가져와!"

"그 숟가락? 먹다가 입 째지겠다!"

나는 농담을 했다.

"하하하, 그건 숟가락이 아니야!"

막내는 마라탕을 먹으며 시범을 보여줬다.

"이 주걱은 이렇게 먹는 거라고. 맛있게 보이지?"

하며 주걱을 접시처럼 쓰면서 2단계 마라탕을 잘도 먹었다.

"그 주걱, 놀부의 주걱 같다! 밥풀이 많이 붙어서 흥부가 좋아하겠는 걸!"


놀부 주걱 & 마라탕 주걱


막내는 병 같이 다 나은 애 같다. 기침만 조금 할 뿐.

학교도 안 가고 집에서 쉬면서 행복하게 마라탕을 먹고 있다. 막내는 아파도 마라탕이다! 이 정도면 사랑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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