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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금나비 Nov 27. 2024

첫눈이라 학원 안 갈래!

학원에 빠지기 위해 어제는 작정하고 감기에 걸렸다고 했는데, 체온계가 살렸다. 들쑥날쑥한 애매한 체온 때문에 학원에 가게 됐었다. 막내가 미루는 법은 있어도 자기 뜻은 굽히지는 않는다.

때마침 오늘 첫눈이 왔고, 발목에 눈이 덮일 만큼 내렸다. 막내가 그냥 넘어갈 리 없다. 제 뜻을 이룰 절호의 기회가 온 것이다.

“엄마, 학원 안 갈래!”

“안 돼!”

“오늘만?”

핸드폰 문자를 보냈던 막내가 몇 분도 안 돼서 집으로 들어왔다. 손엔 눈 뭉치가 들려있었다.     


“엄마, 이거 만져봐!”

“싫어, 아까 엄마도 밖에 나가서 만져봤어.”

“엄마, 부드럽다니까. 만져보래도!”

나는 딸의 성화에 눈 뭉치를 잡았다.

“딱딱하고만. 맞으면 아프겠다!”

“아니야, 부드러워!”

“너, 눈사람 만들고 싶구나?”

“응, 아주 커다란 눈사람 만들 거야. 그런데 시간이 없잖아!”

막내는 학원에 빠지겠다고 설득하고 있었다.     


“학원 가려면 30분 정도 남았으니까 그때까지 놀면 되잖아.”

“싫어, 친구들이 지금 놀이터에서 기다리고 있어. 이**, 유**이야. 저녁도 같이 사 먹기로 했다고. 30분 가지고는 안 돼.”

나는 머리를 굴렸다.

‘이런 이유로 학원을 쉽게 빠지면 자주 안 가려고 할 거야! 이유를 여러 개 만들어 놓을 텐데….’

나는 막내가 유리한 쪽으로 허락해 주고 싶지 않았다.


“오늘만이야, 다음엔 안 돼!”

“알았어! 앞으로 학원에 안 빠질게.”

“너, 나중에 딴소리하기 없다!”

“당연하지!”

“그럼, 카톡으로 지금 한 말 똑같이 써 보내! 증거로 남기게.”


막내는 카톡으로 문자를 보냈다. 눈이 와서 학원에 빠지겠다는 말은 앞으로는 안 할 것이다. 빠지는 경우의 수가 한 개 줄었다. 막내도 친구들과 눈밭에서 뛰며 눈싸움도 하고 눈을 굴려서 눈사람도 만들고 있다. 나는 창밖에서 막내와 친구들이 노는 모습을 사진에 담는다.

막내는 마음에서 제일 큰 눈사람을 만들고 있다. 학원에 하루 땡땡이치고 친구와 눈을 밟으며 놀았던 추억, 두고두고 마음에 새겨질 추억이 될지 모른다. 중1 때 첫눈의 추억!    

  

5시 30분이 넘은 시간, 막내가 갑자기 들어왔다.

“엄마, 핫팩!”

“다시 나가려고?”

“응, 편의점에서 친구들과 밥 먹기로 했어.”

막내가 거실에서 방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나왔는데, 막내를 따라다니며 눈이 바닥에 떨어졌다. 얼마나 재밌었으면 집안에서도 눈이 막내를 따라다닐까?

나는 핫팩을 찾아 막내 손에 쥐어줬다. 핫팩을 흔들며 몸을 흔들며 막내는 밖으로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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