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산 속옷

막내는 속옷 고르는 게 까다롭다. 인터넷 쇼핑으로 사주면 안 맞다고 반품하기 일쑤다.

그래서 작년 여름인가 산 속옷 2개를 해져도 안 바꾸고 입고 있었다. 큰딸은 요일별로 있는데...

"에휴, 속옷 좀 사, 제발! 찢어지겠다!"

"살 거야!"

말은 산다고 하지만 생각은 산 넘어 산. 산다는 돌림노래를 얼마나 귀찮게 들었는지, 메아리로 돌아오고 있다.

"산 다고 했잖아!"

사라고 하면 청. 청. 청 개구리인 막내는 절대 귀담아듣지 않는다. 그래서 포기하고 있었는데....

왜 하필?


중간고사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친구와 무인 카페에서 공부한다며 돈을 붙이라고 한다.

어제도 서로 진땀 빼면서 상의한 끝에 15,000원(식대포함)으로 합의를 봤다.

아침을 고구마와 우유로 간단히 먹고, 11시에(12시에 점심도 먹고 가지!) 만날 친구를 찾아 무인 카페로 갔다.


"엄마, 나, 롯데멀 옴"

"샤프 살려고"

"돈 좀"

막내는 오후 5시 33분에 쇼핑몰에 와 있다. 공부한다며 바쁘다는 애가 전화까지 했다.

"얼마야, 샤프심?"

막내가 대충 얘기해서 가격을 많이 부를까 봐. 계산하기 전에 전산 화면에 뜬 리스트를 찍어보네라고 했다. 뭘 찍는 건 잘한다.

"됐지! 만삼천팔백오십 원."

"알았어."

확인한 나는 즉시 이체를 했다. 샤프심 포함, 볼펜 몇 개, 삼색펜이었다.


아들과 큰딸 저녁을 차리고 있는데 문자가 또 왔다. 마음이 콩닥했다. 이번엔 또 무슨 일?

"엄마, 엄마, 엄마......"

"나 속옷 사게 돈 좀."

엄마가 은행인가 보다.

"속옷 고르고 가격표 찍어 보내삼."

이때가 저녁 9시 4분.


속옷을 샀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9시 반에 문자가 또 왔다.

"문 닫아, 못 삼."

'왜 간 거야!'

막내는 공부하러 간다면서 쇼핑하러 간 것 같다.

'도대체 속옷은 언제 사?'

시험기간에 속옷 사러 가는 막내 속을 모르겠다. '내가 청. 청. 청 개구리가 돼야지, 중2병의 마음을 알까?'

어떻게 하면 그때로 돌아갈 수 있을지, 중2병의 감각이 그립다!


절대 재촉하면 안 된다.

2개로 돌려 입는 속옷, 그 속옷의 까다로움을 받아 줄 또 다른 속옷은 내가 방심하고 잊고 있을 때 갑자기, 전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당도할 것이다.

방심은 금물, 재촉은 그만!


샤프 구입외~~ 기특하게 영수증을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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